홍신익 평판칼럼 - 오래 기억될 사람, 그리고 배우 故 김주혁
홍신익 평판칼럼 - 오래 기억될 사람, 그리고 배우 故 김주혁
  • 홍신익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 승인 2018.10.3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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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시상식이 시작되고 나면,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2018년 역시 두 달 밖에 남지 않았고, 레드카펫이 다시 깔리기 시작했다.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요즘, 다시금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배우 故 김주혁이다.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주혁은 원로배우 故 김무생의 아들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부모가 선구자일 경우 자식이 그 그늘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고 실제로 자식의 뒤따름을 반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따라 걷기로 결심한 김주혁은 '김무생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역부터 차근차근 나아갔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채 남모를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그는 더 부단히 연기했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비롯해 영화 <싱글즈>,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광식이 동생 광태>, <청연> 등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누군가의 아들이 아닌 김주혁으로서 바로 섰다. 스스로 태양이 되기보다 조화로운 달이 되기를 택했던 김주혁. 그는 연기라는 게 나 혼자 잘난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하는 소중한 일임을 일찍이 깨달았던 좋은 배우였다.

2013년부터는 KBS 대표 예능프로그램이었던 <1박 2일>에 출연해 소탈하고 엉뚱한 모습을 보이며 '구탱이형'으로 불리기도 했다. 차가워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그는 작품 속에서나 밖에서나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유쾌한 면도 많았다. 맏형으로, 동료 배우로, 그 자신으로 인심 잃지 않으며 연예계에 20년 가까이 존재했던 그의 시간은 작년 10월 30일 이후로 멈춰버렸다.

 

홍신익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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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름없던 오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김주혁이 올라와 있었다. 연예인의 이름이 실시간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전날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된 경우, 소위 사고를 쳐 논란의 중심에 선 경우, 그도 아니면 사망한 경우다. 김주혁은 안타깝게도 마지막 이유에 속했다. 자신의 차를 몰고 가던 중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기묘하고도 허망한 사고였다. 온갖 추측만 난무할 뿐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누군가는 좋아하던 배우를, 또 다른 누군가는 아끼는 동생을, 그리고 사랑하는 형을 한순간에 어이없게 잃고 말았다.

사고 3일 전 열린 '더 서울 어워즈'에서 <공조>로 첫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생활 20년 만에 영화에서 상을 처음 받아본다"고 수줍게 말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던 김주혁은 예능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후 커다란 벽을 허물기라도 한 듯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어느 때보다 연기에 대한 갈증을 채우고자 했고, 흘러가는 나이에 가장 걸맞은 행보를 보이던 그였다. 영화 <공조>에서 첫 악역에 도전해 인상적인 변화를 주는가 하면, 드라마 <아르곤>에서는 냉철하면서도 정의로운 앵커 역으로 정반대의 모습을 소화해냈다. 가늠할 수 없이 더 많은 도전을 하고자 배우로서 고민하던 그의 갈증이 채 해갈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김주혁은 영화 <독전>과 <흥부>, 두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기대감에 차 관객들의 반응을 기다렸을 작품들은 그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대기만성으로 켜켜이 쌓아온 것들에 대해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너무나 많았던 사람 그리고 배우 김주혁.

지난 28일 방송된 <1박 2일>에서는 故 김주혁의 1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했다. 그가 <1박 2일>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감사한 일이었다.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사람 김주혁에 대해 알 수 있었으니까.

삶에는 무수히 많은 마침표가 찍힌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침이 지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일찍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듯이 잘 산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 온다'고 얘기했었다. 잘 산 인생이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면, 그가 죽음 뒤에 마주했을 모든 것들은 그 자체로 행복이었으리라. 배우로서 살아온 20여 년의 시간. 이제는 작품 안에서만 존재할 김주혁은 늘 그리운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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