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익 평판칼럼 - 배우 서현진, 로맨스가 아니더라도
홍신익 평판칼럼 - 배우 서현진, 로맨스가 아니더라도
  • 홍신익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 승인 2018.10.22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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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가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모두 다른 처음 보는 얼굴. 그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까지 다다른 이 작품은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다. 영웅이 세계를 구하고, 귀신 또는 외계인을 사랑하는 이야기는 그간 많이 보았어도 이런 상상력에까지 다다르다니. 기가 막히면서도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있는 내가 신기할 정도였다.

개봉 후 3년이 지나 <뷰티 인사이드>가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배우 서현진과 이민기가 남녀 주연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흥미로운 주제와 로맨틱 코미디에 최적화된 서현진의 개성 있는 연기가 분명 잘 어울릴 것이라는 기대감은 자명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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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첫 회를 본 후 왠지 모를 의아함이 들었다. 분명 재밌을 만한 줄거리에 서현진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어 보였다. 남자 주인공인 이민기의 어투가 어색하고 작위적인 느낌이 들긴 했지만 분명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2회를 보고 나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뷰티 인사이드>의 한세계를 연기하는 서현진에게서 <또 오해영>의 오해영, <사랑의 온도>의 이현수가 자꾸만 보였기 때문이다. 직업이나 처한 상황, 상대 남자배우만 다를 뿐 마치 연 단위로 서현진을 주인공으로 한 옴니버스식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서현진은 2001년 걸그룹 '밀크'로 데뷔한 후 2006년 드라마 <황진이>를 시작으로 연기에 뛰어들었다.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며 내공 있는 연기력을 쌓았으나 이렇다 할 한방이 없었던 그녀, 2015년 <식샤를 합시다 2>에서 큰 전환기를 맞았다. 스스로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디테일한 생활연기로 '대체 불가'라는 수식어를 얻을 만큼 대중에게 인상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많은 인지도를 얻게 된 <또 오해영>을 보면서 채울 수 있는 색이 정말 많은 하얀 바탕의 연기자라고 생각했다. 정확한 발음과 깔끔한 대사 처리, 진심이 담긴 눈빛은 물론 야무지고 당찬 모습과 설렁설렁한 분위기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녀가 가진 고유의 색은 하얗다기보다는 꽤 짙은 것이었다.

사실 서현진이 로맨틱 코미디에만 국한된 배우는 아니다. 어쩌면 '로코퀸'이라는 단어는 그녀 전체를 수식하기엔 부족할지도 모른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조금 미숙하더라도 훨씬 입체적인 인물들을 연기했다. 심지어 악역도 있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보고 읽어도 발음하기 어려운 의학용어를 자연스레 설명하고 긴박한 호흡과 상황 속에서도 차분히 해야 할 일을 해나가며 자신의 저력을 입증했다.

오랜 시간 무명시절과 슬럼프를 겪으며 이제야 스스로 가장 멋있게 잘 걸을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길을 찾아낸 서현진. 그녀에게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 그것은 연기력에 대한 문제라기 보단 장르 중복에 대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탄탄히 쌓아온 만큼 안전을 보장받는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현실에 치이거나 남자배우와 밀고 당기는 연애를 하지 않고서라도 서현진은 충분히 매력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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