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익 평판칼럼 - 배우 한지민, 예쁜 여배우 재정립하기
홍신익 평판칼럼 - 배우 한지민, 예쁜 여배우 재정립하기
  • 홍신익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 승인 2018.10.1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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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럽고 예쁜 여배우에겐 문제가 하나 있다. 기존에 고정된 틀을 깨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울거나 화내도 예쁘기만 한 그들은 늘 보호받아왔다. 잘생긴 데다 최고의 액기스 같은 달달한 말을 서슴없이 하는 남자가 적어도 하나 이상은 꼭 있고, 그 사람과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정도의 감정선을 보인다.

고등학교 때부터 CF나 뮤직비디오로 먼저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던 한지민. 얼마 지나지 않아 드라마 <올인>의 송혜교 아역으로 정식 데뷔했다. 당시 송혜교와 동갑인 21살의 나이였지만 앳되고 청순한 이미지로 중학생 역을 충분히 소화해냈다.

반향을 일으킬 만한 연기력은 아니었지만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며 작품마다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한결같은 건 예쁘고 순수하며 밝고 단아한 역할이었다는 것. 그녀 스스로도 제한적인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을 것이다. 기존에 쌓인 틀이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한 건 영화 <조선명탐정>부터였다. 강렬한 레드립에 거침없이 살아온 객주라는 역할은 신선했다. 합이 완벽히 맞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도전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였다.
 

홍신익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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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로서의 한지민은 좀 더 담대해졌다. <빠담빠담>의 정지나와 <옥탑방 왕세자>의 박하, 영화 <플랜맨>의 유소정과 <밀정>의 연계순까지. 종잡을 수 없는 각양의 역할을 소화하며 자신만의 그릇을 만들어갔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약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중학생 역을 맡을 만큼 청순하고 풋풋하던 때를 지나 어느덧 서른일곱이 된 한지민은 예쁜 여배우에서 진짜 배우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타임슬립'이라는 주제 아래 매회 뜨거운 화제 속에 방영됐던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는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되어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워킹맘 서우진 역을 맡았다. 어느새 아이 엄마 역을 맡을 만큼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에 걸맞게 성숙해진 모습에 사실 놀랐다. 극 초반에 시도 때도 없이 폭발하는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한지민의 모습은 낯설지만 속 시원했다. 늘 입꼬리가 예쁘게 올라가있던 그녀가 울그락불그락 화를 주체하지 못할 줄이야. 자연스럽게 서우진에게로 몰입할 수 있었다.

<아는 와이프> 종영 후 약 두 달의 시간이 흘러 영화 <미쓰백>이 개봉했다. 한지민은 과거의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지은(김시아 분)을 지키기 위해 외면하던 세상 속으로 들어간 백상아 역을 맡았다. 담배부터 욕, 그리고 거친 얼굴까지. 그간 우리가 알고 있던 한지민과 철저히 대비되는 낯선 모습이었다. '아동학대'라는 아픈 주제를 안고 있지만 그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 보이고 공감하는 것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는 한지민.

한지민은 인터뷰에서 "새로운 역할에 대한 도전보다는 백상아와 김지은, 두 사람에게 느껴지는 책임감과 미안함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검붉은 아이의 상처는 영화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집, 유치원, 보육원 등 아이들이 있는 곳엔 언제나 그늘지고 그릇된 폭력이 존재해왔다. 조리 있게 말할 수 없어서 또는 그렇게라도 보살핌을 받는다는 명목하에 아이들은 아픔에 대한 공감보다는 잔인한 스포트라이트만을 받아왔다. '밤에 우는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이도 아니라고 하지 않느냐'와 같은 너무나도 단순한 정황 파악은 아이들을 외면한 채 또 다른 폭력을 낳는 악의 고리였다.

화장실 창틀에 매달려 미쓰백을 부르던 지은의 신호를 상아는 듣고야 말았다. 그때 지은이 그녀를 부르지 않았더라도 결국은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똑같은 고통을 경험했던 사람이기에 더 아팠지만 두고 볼 수 없는 운명이었으니까.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상아만이 아이를 지키는 것이 아닌, 어른이 되었어도 여전히 상처를 치유받지 못한 채 과거에 머물러있는 상아를 지은이 감싸 안았으니까. 스스로를 지킬 수 없던 두 사람이 만나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에 먹먹한 감동이 있었다.

어느덧 마흔을 가까이에 둔 나이가 되었음에도 그런 티 하나 없이 너무 예쁜 사람. 한지민은 여전한 외모 대신 점점 더 깊고 유연해지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채운 2018년의 작품들은 배우 한지민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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