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평판칼럼 - 아이돌, 평판 관리는 삶의 관리에서 시작된다
공희준 평판칼럼 - 아이돌, 평판 관리는 삶의 관리에서 시작된다
  • 공희준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 승인 2018.09.19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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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휠체어, 그리고 눈물 섞인 표정. 우리나라에서 공인 혹은 유명인이 검찰청이나 경찰서의 포토라인에 설 적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곤 하는 필수장비 아닌 필수장비다.

구하라 씨(이하 ‘구하라’로 칭함)가 2018년 9월 18일 화요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을 때 팬들과 대중에게 생경한 느낌을 주었던 까닭은 그가 마스크를 착용하지도 않았으며, 휠체어에 앉아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울음기 가득한 얼굴은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이다.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나타난 부분이 되레 크게 주목받지 못할 지경이었다.

현재 구하라는 전 남자친구와의 결별 과정에서 빚어진 폭행사건에 연루된 상태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는 경찰수사를 통해 정확히 밝혀질 터이다. 어쩌면 종래의 수많은 폭행사건들이 처리되어온 방식을 답습해 쌍방 간의 합의에 의해 사건 자체가 유야무야될지도 모를 일이다.

허나 분명한 사실은 구하라가 힘겹게 쌓아온 인기 연예인으로서의 명성과 이름값에는 사건의 구체적 시시비비와 관계없이 치명적 흠집이 나게 됐다는 점이다. 이는 그녀의 전 남자친구의 안면에 난 상처자국과 구하라의 몸 여기저기에 생긴 피멍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공희준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공희준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구하라는 운동능력이 좋기로 소문난 여성 연예인이다. 그런데 경찰 조사를 마치고서, 소속 기획사에서 보냈을 승용차를 타려다가 취재 나온 기자들에게 밀려 넘어진 모습에서 드러난 것처럼 그는 신체적 피곤함은 물론이고 극도의 심리적 압박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연습생 생활을 시작할 당시의 그는 가진 재산이라고는 뛰어난 외모와 지독한 근성뿐인 불우한 소녀가장과 마찬가지 신세였다. 한류 스타로서의 대성공은 구하라하게 또래의 청춘남녀들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엄청난 부와 명예를 안겨주웠다. 오죽했으면 구하라 사건과 관련된 검색어들이 대한민국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의 실시간 인기검색어 순위에서 남북정상회담과 연관된 검색어들을 뒤로 밀어냈겠는가?

그가 몸담았던 인기 걸 그룹 카라의 멤버들 중에서 구하라는 인기에서나 지명도에서나 단연 독보적 존재였다.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 수준에서만 평가하자면 역대로 일본 시장에 진출한 우리나라 여자 가수들 가운데 구하라보다 잘나간 경우는 오래전의 계은숙이나 최근의 보아 정도뿐이다.

구하라의 인기 비결은 청순함과 깜찍함이었다. 청순함과 깜찍함이 발산하는 매력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번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구하라의 인기는 서서히 하강곡선을 타기 시작했을 개연성이 짙다.

관건은 인기와 평판이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이효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핑클 시절에 비해 연예으로서의 대중적 인기는 두드러지게 떨어졌지만 사회적 평판은 오히려 훌쩍 높아졌다. 유명인에서 공인으로 완벽한 신분상승을 이룬 셈이다. 차인표 역시 과거 꽃미남의 선두주자로 맹활약하던 무렵에는 가지지 못했던 권위와 무게감을 이제는 확실히 갖추고 있다.

인기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내 한정된 기간에 걸쳐 유지시킬 수가 있다. 한마디로 화장발과도 같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평판의 형성과 지속은 당사자의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한다. 내면의 성숙함과 진정성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진정성 있는 내적인 성숙함은 안정되고 건전한 일상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간판급 스타 연예인들이 예상치 못한 불의의 돌발 악재에 휘말려 정상의 자리에서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하는 근본 원인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생활을 통한 내면의 성숙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기 하나만을 바라보며 중단 없는 전진만을 맹목적으로 거듭해온 탓이다.

구하라가 연예인으로서 생명을 어떻게든 이어가야겠다는 결의를 독하게 다지고 있을지, 아니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따라 겸허히 마음을 비우고 제2의 인생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는지 필자로서는 알아낼 수 있는 방법도, 인맥도 없다.

그럼에도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만 할 대목이 있다. 엘리트 운동선수 훈련시키듯이 연예인을 양산하는 이른바 ‘합숙 시스템’에 이참에 제대로 종지부를 찍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제는 여태껏 공부와 인격도야의 사각지대에 무신경하고 무책임하게 방치되어온 운동선수들에게마저도 학업과 인성함양이 필수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스타로 키워주겠다는 구실 아래 감수성 예민한 나이어린 청소년들을 집과도, 학교와도 오랫동안 격리시킨 채 춤과 노래 연습만을 강요하는 사이비 스파르타식의 비인간적 연예인 양성 시스템으로는 반짝 인기는 제조할 수 있어도, 단단한 평판을 창출하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노릇이다.

구하라는 인기 아이돌 스타로서는 이미 황혼녘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100세 시대의 한국사회에서 자연인으로서는 아직은 파릇파릇한 젊은이에 다름 아니다. 그에게도, 그의 옛 연인에게도 오늘 겪고 있는 고통과 시련의 시간이 아픔만큼 성숙해졌던 의미 있는 시간들로 내일은 기억되기를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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