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평판칼럼 - 롯데, 보물단지인가 애물단지인가
공희준 평판칼럼 - 롯데, 보물단지인가 애물단지인가
  • 공희준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 승인 2018.09.12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새롭고 다양한 사회관계망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과 공공단체에서는 누리집이 해당 조직의 공식적 입장을 대변하는 기능을 변함없이 수행해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공인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정치인들의 경우에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자연은 진공을 싫어하듯이, 공식은 파격을 기피한다. 그런 탓인지는 몰라도 정치인 홈페이지에 빠지지 않는 꼭지가 ‘걸어온 길’이고, 기업의 누리집에서 붙박이장인 양 화면에 거의 고정적으로 박혀 있는 내용이 ‘CEO 인사말’이다.

 

공희준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공희준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걸어온 길’의 서두는 “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식의 신파조 회고담으로 시작하기 십상이다. ‘CEO 인사말’에는 검은색 양복 정장 차림을 하고서 책상에 얌전히 앉은 최고 경영자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억지 미소를 상투적으로 짓고 있기 일쑤다. 정보통신기술(ICT) 계통 회사들의 경영자들은 와이셔츠 차림새로 팔짱을 끼고 일어서 있는 약간은 자유분방하고 도전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인류가 역사를 배우는 본질적 목적은 미래를 알려는 데 있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눈물 없이는 읽기 어려울 ‘걸어온 길’을 통해서는 정치인의 미래비전을 도무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소비자들의 사정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CEO 인사말’만 살펴봐서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회사를 꾸려나가려는지 그 속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정치인도, 기업인도 남들이 다하니까 나도 그냥 깊은 고민과 생각 없이 면피 삼아 따라할 따름이다. 한마디로, 자신만의 독창적 메시지가 없다.

마셜 매클루언은 캐나다 태생의 미디어 이론가로서 그가 쓴 저작인 「미디어의 이해」는 신문방송학 전공자들 사회에서는 불멸의 고전으로 통용되는 책이다. 매클루언의 책을 설령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그가 생전에 남겼던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명제는 한번쯤 어딘가에서 들어보았으리라.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의 대중화는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가 날카롭게 갈파한 바대로 메시지 자체가 미디어 역할마저 아울러 수행하는 시대를 활짝 열어 젖혔다. 지금은 일단 메시지만 잘 만들어놓으면 메시지의 유통은 메시지의 이용자들이 알아서 척척 해주는 세상인 것이다. 메시지가 전통적 텍스트 형식인지, 영리하게 편집된 동영상 형태인지는 부차적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유승찬 대표의 지적이다.

‘CEO 인사말’은 고리타분한 형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안에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 경영자의 진정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가 있는 신선한 내용물이 담겨져 있다면 형식의 고루함은 간단히 극복될 사소한 장애물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롯데그룹의 누리집에 접속해 경영진들의 메시지를 차례차례로 반복해 읽어보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의 메시지 전체를 찬찬히 훑어본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결론을 도출했느냐? 롯데는 상품 유통 측면에서는 초일류 기업일 수가 있어도, 메시지 유통의 관점에서는 주먹구구 수준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상을 끝내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독하게 평가하자면, 롯데 CEO와 현대중공업 CEO의 메시지 사이에서 아무런 차별성도 발견하지 못했다. 백화점 사업과 마트 부문이 쌍끌이하는 롯데가 단소경박의 대명사라면, 울산의 미포조선소로 상징되는 현대중공업은 중후장대의 대표주자다.

롯데 경영진의 메시지와 현대중공업 최고 경영자의 메시지 간에 아무런 변별력이 없다면 어느 쪽이 더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만 마땅할까? 당연히 전자이다. 소수의 발주처를 상대로 수주에 주력하는 현대중공업과는 다르게 롯데는 다수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소매 영업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은 아예 안중에조차 두지 않은 성싶은 롯데그룹의 부실한 메시지 전략은 롯데 브랜드가 보물단지가 아닌 애물단지처럼 돼버린 작금의 현실에 적잖이 기여해왔다. 좋은 메시지가 있고 없음에 따라 기업의 평판은 때로는 보물단지가 되기고 하고, 때로는 애물단지가 되기도 하는 21세기의 변화된 시대상을 롯데그룹의 수뇌부는 띄엄띄엄 보았다고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30길 81 웅진빌딩 11층 ( 서초동 1573-14 )
  • 대표전화 : 050-5370-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수
  • 명칭 : (주)한국미디어마케팅
  • 제호 : 브랜드평판리포트 한국평판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4657
  • 등록일 : 2017-08-17
  • 발행일 : 2017-08-17
  • 발행인 : 전소영
  • 편집인 : 전소영
  • 브랜드평판리포트 한국평판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브랜드평판리포트 한국평판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oocci@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