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성 칼럼 - 웹툰트레이싱 사태를 통해서 본 고정관념과 평판
윤희성 칼럼 - 웹툰트레이싱 사태를 통해서 본 고정관념과 평판
  • 윤희성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 승인 2018.08.13 1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에 웹툰계에서는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네이버 웹툰>에서 인기리에 화요일마다 연재하던 김성모의 <고교생활기록부>가 트레이싱 표절이슈에 휘말려 연재를 중단한 일이 생겼습니다. 작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품 속 장면이 유명한 일본만화 “슬램덩크”장면을 따라서 그렸다는 의혹을 버티지 못하고 연재를 중단한 겁니다.

우선 트레이싱(tracing)에 대해서 알아 보겠습니다. 많은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만화 또는 웹툰작가들도, 맨 처음 그림을 배울 때는, 유명한 작가가 그림 유명한 장면 또는 캐릭터를 수도 없이 따라서 그리고, 똑같이 그려보려고 애를 씁니다. 이 중에서 흔히 원래 그림 위에 밑이 훤히 보이는 습자지를 깔고, 선 하나하나를 따라 그리는 걸 트레이싱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따라 그리는 것 뿐만 아니라, 그와 유사한 모든 연습방법을 통상 말합니다.
 

고정관념을 뛰어넘지 못하는

그런데 바로 그 초보적인 따라 그리기인 트레이싱을 했다는 겁니다.

아마도 김성모 작가는 대단히 억울했을 겁니다. 만화나 웹툰계에 있는 사람들은 익히 알겠지만, 김성모라는 작가의 연륜이나 경륜을 봐서라도 트레이싱했다는 게 믿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 작가의 말을 들어봐도, “예전 만화 습작 시절 작가의 데생맨이 되고 싶어 ‘슬램덩크’를 30여권 정도 베낀 적이 있다. 너무나도 팬이었던 작품이기에 30여권을 그리고 나니 어느덧 손에 익어 그 후로 제 작품에서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며 “대놓고 남의 작가 그림을 베끼지는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작가가 트레이싱이란 방식으로 베낄 이유가 전혀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의 말대로 어렸을 때부터 익숙했던 손이 그렸을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그래픽장비로 그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럴 이유가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독자들은 여러가지 준거들을 대면서 표절로 몰아 부치기 시작했고, 결국 이를 못 이기고 작품을 중단한 겁니다.

트레이싱이 표절이란 “고정관념”으로 전이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 것이겠죠.

그러면서, 갑자기 그에 대한 작품 이력을 들면서 느닷없이 그를 일상적으로 “표절”을 일삼은 작가라는 고정관념을 들이댑니다.

그런데 이에는 많은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부터는 제 개인의 의견에 불과하고, 더 이상 확산되길 바라지 않는 작가의 입장 때문에 전적으로 제 개인의 생각에 의한 것임을 우선 밝히면서 글을 이어 갑니다.

그가 과거에 그렸던 작품들을 나열하면서 ‘표절’을 일삼던 작가라는 고정관념을 들이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만화나 웹툰 제작과정을 잘 모르는 일방적인 주장일 수도 있고, 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일반화된 웹툰과 만화를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 당사자의 상황을 살피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금같이 웹툰이 일반화 되지 않았던 시절에 주로 만화는 제작과정에서부터 웹툰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꽤 많은 작업자들이 공동작업을 하거나 분업하여 제작하던 관계로 소위 “공장”같이 찍어내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시절에 큰 활약을 했던 김성모작가의 과거작을 살필 경우, 종종 중복되거나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그림이 발견될 개연성이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본인이 감수만 한 경우의 만화는 더더군다나 그럴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를 이제 와서 당시 제작상황을 무시한 채 당시의 작품을 면밀히 꼼꼼히 살펴서, 그를 마치 트레이싱을 일삼는 표절작가라는 “고정관념”으로 규정하기에는 조금 억울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의 기획 웹툰의 경우, 비록 작가의 이름으로 작품이 나가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동작업을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물론 그 경우에 있어서도 메인작가로서 이름을 걸고 하기에, 작품 자체에 대한 감수와 책임을 다해야 함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적인 그림의 하나하나까지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라는 점을 말한다.

그리고, 냉정히 말해서 트레이싱이 저작권위반이고 표절이라는 인식의 오류를 지적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트레이싱을 저작권위반이고 표절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만, 저작권법에 의하면, 그림의 전체나 부분을 완전히 일치하게 모사하지 않는 한, 저작권위반이 아니며, 김성모의 경우는 물론 대부분의 트레이싱으로 작업한 것들이, 그 위에 일정한 자기만의 표현을 추가하고 있기에, 법적으로는 저작권 위반도 아니고 표절도 아닌 것이다.

다만 우리의 “고정관념”이 창작물에서 일치되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표절이라고 간주하고, 표절은 아주 나쁜 것이라고 도덕적으로 믿고 있기에, 트레이싱이든 뭐든 어떠한 트레이싱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회가 아주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고정관념”으로 그에게 표절작가라는 “평판”을 하는 것은 일방적이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다.

윤희성 문화평론가
윤희성 문화평론가

 

“고정관념”과 평판의 관계

일반적으로 고정관념(Stereotypes)는 우리가 지닌 어느 사회집단에 대한 지식이나 인상을 뜻한다. 예컨데 교수는 깐깐하다, 정치가는 거짓말쟁이다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고정관념의 부정적 측면이 편견(prejudice)를 낳게 되고, 이런 편견이 그 개인에 속한 개인에게 까지 투영되기도 한다. 예컨테 서울사람은 깍쟁이고 아무아무게도 그래서 깍쟁이라는 식이다.

물론 고정관념에는 어느 집단의 부정적인 견해만이 아니고 긍정적인 부분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된 편견이 주로 작용하게 되며, 이렇게 형성된 고정관념은 그를 이루는 집단에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Steele & Aronson(1994)은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를 통해서 규명하기도 했다. 즉, 미국인이 흑인에 대해서 지적으로 열등하다는 고정관념이 어떻게 흑인학생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지를 실험으로 증명하였다. 흑.백인 대학생에게 검사를 시행하기 전에 한 집단에게는 지능을 알기 위해서라고 말한 반면 다른 집단에게는 검사타당성을 위한 조사라고 말한 뒤에 실험했는데, 백인은 두 조건에서 성적 차이가 없으나 흑인은 첫째조건에서 부진한 결과가 나왔다. 그 원인은 흑인은 자기들이 열등하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을 자기들이 입증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위의 연구결과에서 보듯이, 김성모작가의 트레이싱이슈로 비롯된 그의 “고정관념”은 결국 만화나 웹툰 작가 집단에게 그릇된 편견과 “평판”을 형성할 수 있는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주로 부정적 “고정관념”으로 이루어진 “편견”과 “평판”의 관계를 알아 볼 필요가 있다.

평판(reputation)은 한 사람, 집단 혹은 조직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의견을 의미하며, 보다 기술적인 의미로는 사회적 평가를 의미한다. 평판은 학문이나 예술, 대중문화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온라인은 물론 사회적 지위 등의 영역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최근에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고 평판 그 자체를 소비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소비자는 평판을 가지고 상품을 비교하고, 공급자는 소비자에게 좋은 평판을 받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따라서 그동안 주로 전문가 집단이나 특정 이익집단의 견해에 의해 형성된 “고정관념”과 다르게, 최근에는 온라인 평판시스템으로 형성된 보다 과학적인 “평판”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화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 점이 “고정관념”과 최근 “평판”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 사용자가 많은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포탈사이트나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서, 실시간 검색어, 실시간 많이 본 뉴스, 댓글, 연관검색어 등을 통해서 온라인 평판시스템 구축 및 운영이 활발히 운영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고착된 또는 “편견”으로 일반화된 “고정관념”은 “평판”이라는 빅데이타로 변화되고 있다.

“고정관념”을 뛰어 넘는 “평판”이 되려면.

하지만 인터넷 사업체들이 공급한 댓글과 같은 유무형 콘텐츠에 대한 실시간 평판시스템은 때로 일부 쏠림현상으로 왜곡되어 나타나는 역기능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이고 기술적인 현상으로서,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이나 철저한 보안, 그리고 빅데이터기술 등이 반영되는 가까운 미래에는 보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김성모작가의 트레이싱 논란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표절 작가라는 “고정관념”과 트레이싱이라는 온라인 “평판”에 의해서 좌절되었다고 봐야 한다. 스스로 업계에서 자리잡고 있는 “고정관념”을 무시한 채, 온라인에서 섣부르게 새로운 “평판”을 만들으려다가, 시장으로부터 외면당한 것이다.

온라인 평판은 디지털족적(digital footprint)에 의해서 인터넷에서 형성된다. 이 디지털족적에서 작가는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으나, 이미 그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무장한 이용자들의 공세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이는 디지털족적에 대한 인식 부족과 “과거 그에게 덧 씌워진 “고정관념”을 과소평가한 데에 기인했다고 보인다.

우선 웹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익히 아는 이야기들이지만, 현재 상황은 일반 대중들이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겁니다. 트레이싱은 맞지만, 과연 작가 본인이 트레이싱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작가 본인이 작가 스스로가 늘 말하듯 일본식으로 가오잡고 섣부르게 앞장서서 해명한 것이 단순히 작품제작만의 문제가 아니고, 제작팀 내부의 문제였을 개연성도 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웹툰제작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면, 훨씬 일반대중의 의혹이 쉽게 풀릴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점은 본인에게 잔인한 요구였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소상히 밝히기에는 너무나 많은 개인간의 문제가 얽혀 있고, 밝히기 불편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죠.

김성모 작가의 그림실력은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실력에 대한 “평판’이 트레이싱이라는 “고정관념”으로 덮히는 것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고, 관련 분야의 “평판”을 위해서도 차분히 “고정관념”을 바꿔나가야 할 이슈가 생긴 셈입니다.

이쯤해서 평판자본(reputation capital)을 언급하며 글을 맺으려 합니다. 평판자본은 시간차를 두고 물질적,비물질적 보상으로 전환가능한 일종의 문화자본이라고들 합니다. 현대와 같은 사회는 평판과 명성을 향한 질주로 발전하게 되며, 이 경주에는 많은 사람과 기업이 참여하여, 보다 많은 평판자본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고 합니다.

지금 평판자본의 입장에서 부채를 안게 된 작가나 웹툰계가 해야 할 일은 확실합니다. 다시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과 실질적인 작업만이 “고정관념”의 굴레를 벗어나서 새로운 “평판”을 회복하게 될 겁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한 웹툰계의 평판자본 축적을 위한 디지털족적을 기대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