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익 칼럼 - 배우 김태리, 하녀에서 애기씨로... 이유 있는 신분상승
홍신익 칼럼 - 배우 김태리, 하녀에서 애기씨로... 이유 있는 신분상승
  • 홍신익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 승인 2018.08.1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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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신인 배우에게 붙일 수 있는 수식어는 진부하지만 참 많다. 천의 얼굴, 팔방미인, 신예, 샛별 등..그에 해당하는 배우 중 하나가 바로 김태리였다.

김태리는 2016년 박찬욱 감독의 국내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아가씨'에서 하녀 숙희 역할로 충무로에 발을 담갔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만한 20대 여배우의 기근이라는 세태 속에 어느 샌가 "저 있어요!"하는 듯 굵직한 인상을 남겼다.

김태리는 1990년생 올해 스물아홉으로, 2년 전 신선했던 등장에 비해선 나이가 꽤 있는 편이다.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 후 1학년 때 부터 연극 동아리활동을 시작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미술선생님이 돼 볼까, 초등학교 선생님이 돼 볼까 생각했다는 그녀는 연기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길을 찾은 것 같았다고 했다.

김태리를 영화에서 처음 본 건 아니다. 배우 김민희의 여자가 됐다는 매스컴의 떠들썩한 소식과 함께 나도 그걸 지켜보는 누리꾼 중 하나였을 뿐이다. 영화 속에 동성애가 담긴 심한 노출신이 있다는데, 그 결단력에 놀라며(나 같으면 생을 열 번 산대도 못 할 것 같기에)보통은 아니겠구나 생각했다. 이후 그녀의 연기와 일상의 인터뷰들을 본 소감 역시 '보통은 아니다'였다. 순박한 세련미(美)를 가진 배우이자 똑똑하게 솔직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홍신익 문화평론가
홍신익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적은 필모그래피에 비해 확실한 임팩트를 남긴 김태리는 지난 3월 JTBC '문화초대석'에도 초대되었다. "김태리 씨 등장에 저까지 긴장이 되는 것 같다"는 손석희 앵커의 말에 해맑게 웃으며 "거짓말 같은데.." 하는 모습이 건방지다거나 되바라져 보이지 않았다. 여배우로서는 민감한 사안이었던 '미투 운동'에도 지지 의사를 밝혔던 김태리. 그녀는 "가해자들의 사회적 위치와 권력이 너무 크다"며 "폭로와 사과가 반복되는 것이 아닌 사회 구조 자체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심스럽지만 당차게 드러냈다. 뉴스라는 매체의 특성상 긴장이 안 되기가 어렵고 생방송인 만큼 감수해야 할 말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조금 망설이는 듯, 이내 거침없이 답변하는 그의 모습에서 때 아닌 '신여성'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가씨, 1987, 리틀포레스트 등 영화 세 작품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김태리 이름 석 자를 또렷이 각인시켰다. 그 반응에 힘입어 현재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미스터 션샤인'에 이병헌과 투톱 주연으로 캐스팅된 후 '애기씨' 고애신 역을 분하고 있다. 무려 20년이라는 실제 나이차를 뛰어넘은 두 사람의 로맨스 예고에 대중의 반응은 격하게 들썩였다. 이른바 '연상남 판타지'를 심어준다며 부정적인 시선이 주를 이룬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tvN 드라마 '도깨비'의 공유-김고은, '나의 아저씨'의 이선균-이지은이 이와 같은 반응을 거쳤다. 굳이 주연배우들의 나이차로 먼저 구설수에 오르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게 솔직한 생각이었다. 대등한 나이 또는 위치의 관계가 아닐 때, 대중들은 야릇한 위험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윗선의 압력, 또 다른 뒷배경이 아니고서야 김태리가 이병헌 옆에 캐스팅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그런 반쯤 열린 마음으로 '미스터 션샤인' 첫 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

이병헌이야 일련의 모든 스캔들을 차치하고 연기로는 반박 불가이고, 그렇다면 김태리가 나를 설득시켰는지에 대한 질문은 단연 '그렇다'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비슷한 또래의 여배우들이 많지만 가장 적합했다는 생각이 든다. 차근하면서 고혹적인 목소리에 어쩌면 신사적이라고도 표현할 만큼 '때'에 맞는 연기. 연기론적으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보는 이를 이해시킬 줄 아는 매력을 지닌, 그 속이 얕지 않아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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