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성 칼럼 - 디지털콘텐츠 평판의 출발과 미래
윤희성 칼럼 - 디지털콘텐츠 평판의 출발과 미래
  • 윤희성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 승인 2018.07.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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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문화예술 분야의 창조적 저작물들은 작가나 기획자의 의도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또는 강요하는 공급자위주의 시장이었다. 그래서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문화계몽주의니 문화파시즘이니 하면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예술 창작물들은 어떤 식으로든 화자(창작자)와 독자(수용자)의 욕망이 개입되기 마련이고, 결국 인터넷이 일반화된 정보화 사회에서는 종전과 같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작가의 의도를 수용하기는 힘들게 되었다.

특히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디지털콘텐츠의 경우는 오히려 독자의 희망과 욕망이 창작자의 창조적 작품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 출발이 “평판”이다.

“평판”에 의존하는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작업의 일상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디지털 콘텐츠가 웹툰이나 만화든, 동영상이든 음원이든 거의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콘텐츠의 기획과 준비를 통해서, 관련한 콘텐츠의 시나리오와 이를 담을 내용과 방법을 정한 뒤에 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제작된 뒤에는 콘텐츠의 유통과 관련한 마케팅을 하고, 이런 절차를 밟아서 이용자의 앞에 서게 된다.

최근에 많이 접하게 되는 웹툰의 경우를 좁혀서 보면, 작가 개인이 작품제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일정한 제작능력을 갖춘 프로덕션 회사를 통할 경우, 대부분은 작품의 시놉시스나 시나리오가 정해지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제작사의 경우, 상당한 금액을 들여서 작품을 제작하는 만큼, 시놉시스 선정단계부터 신중하게 준비하며, 이럴 경우 대부분 결국은 “평판”이 좋은 글작가를 선호하게 된다. 여기서 “평판”은 당연히 글 작업에 대한 완성도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마도 대중적 선호도에 근거한, 잘 팔리는 작품제작 능력을 뜻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평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웹툰 그림을 그릴 작가를 구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기획의도에 가장 잘 맞는 그림작가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구하더라도 조건이 맞는지를 가려야 하고, 그렇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연 이 작가가 기획의도대로 그릴 수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검증이 따르는 건 필연적인 절차이다. 결국 이런 복잡다난한 절차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하나 뚫고 나가기 보다는, 한 번에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작가를 구하게 되고, 이 역시 판단 기준은 소위 “평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평판”있는 글작가가 쓴 “평판”있는 그림작가가 그린 웹툰은 “평판”있는 제작기획자의 손을 거쳐서, 잘 팔릴 거라고 알려진 “평판”있는 웹툰 유통 채널에 올려짐으로써, 비로서 이용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 “평판”있는 제작라인으로 만들어진 “평판”있어야 할 디지털콘텐츠는 과연 “평판”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윤희성 문화평론가
윤희성 문화평론가

 

디지털 콘텐츠 “평판”의 이동

이야기를 계속 잇기 전에 잠깐 다른 경우를 예로 들면서, 디지털 콘텐츠의 “평판’에 대한 변화에 대해서 살펴 본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우리는 영화를 보기 전에 신문의 귀퉁이에서 전하는 소위 영화전문가들인 영화평론가들의 평점을 살펴보곤 했다. 물론 TV등에서 주말이나 휴일마다 전하는 새로 상영예정작인 영화들의 평론가 평을 듣고 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늘 느껴온 것이지만, 이들 영화평론가들이 전하는 평점과 실제 영화를 보고 난 후 스스로 매기는 평점의 차이가 큰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처음에는 전문가들의 시각과 띄엄띄엄 영화를 보는 개인과의 차이쯤으로 생각하게 되지만, 이런 것들이 누적이 되면서, 아예 이들 전문가들의 평점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게 되고, 그럴 즈음 이를 감지했는지, 영화를 매기는 평점도 변화를 찾게 된다. 즉, 평가의 기준을 다양하게 한다. 예술성, 영상미, 대중성, 재미요소 등등으로 구분하여 평점을 매기고 제공하게 된다. 아마도 이때쯤 이미 영화전문가들도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감지했다는 뜻 일 것이다.

그 동안 자신들이 매긴 영화평점과 대중과의 괴리는 전문성에 대한 차이쯤으로 치부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감정적으로 전문성에 대한 도전쯤으로 넘겼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걸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마저도 무너져서, 최근의 영화평점은 전문가들이 내리는 평점과 관람객이 내리는 평점을 비교하고, 더 나아가서 아예 네티즌의 포괄적인 평점과 함께 비교되는 신세에 처하게 되었다. 과거와 같이 영화평론가의 입김이 그리 크게 영화산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나마 일찍 산업화된 영화라는 콘텐츠가 이런 변화를 겪는 동안, 당연히 다른 디지털 콘텐츠들도 다양한 평점 비교를 겪게 된다.

디지털 콘텐츠도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상품이다. 심지어 팔지 않기 위해 그냥 만든 콘텐츠까지 팔려서 상품이 되는 것이 콘텐츠이다. 그런 관점에서 처음부터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되어 유통된 콘텐츠들은 위에서 언급한 영화보다 더 극적인 “평판”의 세계로 뛰어들게 된다.

특히 웹툰의 경우가 그렇다.

웹툰에서 “평판”의 위력

제작과정도 일반적 평판으로 제작하고, 가치 평판도 전문가가 매기던 시절에도 위에서 보듯 관람자의 반응은 달랐는데, 이런 패턴을 결정적으로 무너뜨린 건, 웹툰의 등장처럼 독자댓글 등의 반응이 표출되기 시작할 때 부터다.

출판을 목적으로 만든 만화와 다르게, 처음부터 인터넷 네티즌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웹툰은 일반적인 “평판”에 의존하는 제작체계를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일반적인 “평판”에 의존하는 만화제작시장의 구조를 무시하고 만들어졌다.

오로지 일반 독자와 이용자의 시각에만 집중하는 만화, 즉 웹툰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따라서 이 웹툰은 처음부터 일반독자의 평에 목숨을 걸고 만들기 시작했다. 웹툰을 내걸자 마자, 무수히 걸리기 시작하는 댓글에 반응하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원래 당초 생각했던 그림이나 글의 구상과 상관없이, 독자가 댓글을 통해서 원하는 쪽으로 그림과 글을 바꾸고, 독자가 원하는 쪽으로 내용을 전개할수록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던 것이다.

이 순간부터, 웹툰은 이미 전문적인 “평점”과 다른 세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도, 독자도 모두 독자가 쏟아내는 “평판”에 맞추게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웹툰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댓글이라는 디지털 콘텐츠의 새로운 “평판”기준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독자들의 사소한 소심한 한마디에 불과한 댓글이, 작품의 흐름과 내용을 좌우하게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웹툰에서는 전문가들의 “평점”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댓글이라는 새로운 “평판”이 웹툰이라는 디지털콘텐츠의 가치가 된 것이다. 즉, 독자와 작가가 1대1로 소통하며 작품을 같이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원래부터 일반인들이 직접 소비하는 디지털콘텐츠에서는 전문적인 레시피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뭘 원하는 지를 아는 게 중요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작되어 지금은 일반화된 디지털콘텐츠의 “평판”에도 사실은 숨은 원칙이 있다.

디지털콘텐츠 “평판”의 원칙

즉시성

평판은 사전적 의미처럼 한 사람, 집단 또는 조직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의미하며, 좀더 전문적으로는 사회적 평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평판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정의된 정체성의 한 요소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같이 인터넷이 일반화 되기 이전에는 평론가,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한 일정한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였고, 이들이 평판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였다. 이는 전문가들이 정보를 우선 취득하고 분석하고 정리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을 의미했을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디지털콘텐츠의 생산자(작가)와 이용자 간의 거리가 아주 가까워 지고 빠른 속도로 대량의 정보를 순식간에 주고 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일반인들의 평판이 즉시에 이뤄지게 되었다. 이렇게 즉시에 조성되는 평판은 엄청난 상호작용을 통해서 누적이 되고 조정되면서, 전문가들의 평판이 생기기도 전에 형성이 되고 적용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즉시성 평판의 누적에 대한 콘텐츠생산자(작가)와 소비자간의 상호작용이 늘어날수록, 평판에 대한 신뢰도나 중요성이 커지고, 이 온라인 평판의 결과물은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의 평판이 설 자리를 좁게 만들고 있다..

용이성

문제는 평판경제가 발전할수록 평판경제가 더 이상 사적 자산에 머무르거나 그것을 활용하는 일부 계층들의 전유물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데 있다. 평판 점수는 곧 누구든 쉽고 간단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정보가 된 것이다.

즉시 만들어 지는 콘텐츠의 평판 점수는, 평판 점수에 그치지 않고, 이를 바로 생산자가 쉽게 파악하고 다음 작품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즉, 중간에 어느 전문가 집단이 콘텐츠의 생산도 관여하고 소비도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는 전문가 만이 갖고 있을 법한 “평판”의 기준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쉽게 빠르게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소비자가 보내는 “평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평판”을 다음 작품에 반영하게 됨으로써, 비로서 “평판”시스템이 갖춰지게 된 것이다.

익명성

일부는 익명성에 따른 무책임한 의견과 숫자 조작에 대해서 비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에서 표출되는 디지털콘텐츠의 평판에서 익명성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지금까지 작품에 대한 의견은 작품을 이해하는 전문가만이 할 수 있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치뉴스에 폭발적으로 의견이 표출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작품들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의견을 가질 수 있는데, 이를 가로막은 건, 소위 전문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작 가능성이 큰 칭찬성 댓글보다는, 냉정한 비판이 담긴 부정적 댓글의 소중함을 위해서라도 익명성이 중요하다. 이를 보정할 수 있는 건, 방문자수나 좋아요, 싫어요의 부가적 평판데이타가 있다.

누구의 작품인가?

위와 같이 어느 디지털 콘텐츠 작품에 대해서 이용자가 즉시 익명성을 가지고 언제나 쉽게 자기 의견과 원하는 것을 말한다고 해서, 실제로 작품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면, 실제로는 지속적으로 작품에 대한 댓글”평판”도 유지되기가 힘들고, 의미도 축소될 가능성이 컷을 것이다.

그런데, 웹툰의 경우는 달랐다.

영화나, 동영상, 다큐, 완성된 출판물 등과 다르게, 웹툰은 작가가 인터넷 “평판”에 반응하기 신작한 것이다. 그리고 과감하게 자기 작품에 대한 “평판”을 다르기로 하고, 당초 생각했던 시놉시스나 시나리오와는 다르게 작품을 만들어서, 새로이 이용자에게 묻기 시작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다른 디지털 콘텐츠와는 다르게 간편하고 즉시 제작할 수 있는 웹툰만의 특이한 제작체계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즉, 독자나 이용자가 원하는 이야기라면, 당초 기획된 이야기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더라도, 새로이 이야기를 전개하여, 보다 더 뜨거운 “평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작가의 시도가 또 다른 ‘평판”을 쌓게 되고, 이런 “평판”을 얻은 작품은 그야말로 독자와 이용자가 내뿜는 용광로 같은 뜨거운 이슈의 현장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동안 좋은 이야기와 좋은 그림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많은 구매자가 작품을 사게 해야 한다는 고전적인 만화생태계는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새로이 형성된 웹툰 생태계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이뤄서 공감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 뜨거운 “평판”을 만들게 되고, 그 자체가 수익과 명성을 동시에 얻는 구조가 되도록 변화시킨 것이다.

더 힘들고 어려워진 디지털콘텐츠의 제작

즉, 이제는 맨 처음 서두에서 언급된 것처럼, 전문가의 “평판”에 의해서 기획제작된 웹툰 보다는, 작가와 이용자가 공감에 의해서 만들어진 웹툰이 시장의 “평판”을 얻게 된 것이다. 소위 전문가에 의해서 제작된 고급 콘텐츠 보다는, 시장의 “평판”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더 각광을 받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실제로 웹툰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콘텐츠의 유통시장은 급격히 “평판”에 의한 1인 콘텐츠제작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예로서 유투브나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에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쏟아지는 동영상콘텐츠를 들 수 있다.

이제 앞으로의 디지털콘텐츠는 “평판”을 통해서 검증되고 성장하는 시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웹툰의 시장에 대해서, 아직도 고전적인 만화의 시장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은 여러 의견을 제시하곤 한다. 예를 들면, 과거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만화보다 그림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둥, 이야기의 구조와 전개가 탄탄하지 않다는 둥, 너무 시류편의적이고 상업적이라서 가볍다는 둥 하는 비판들이 그렇다. 이러한 비판은 “평판”의 시장에 던져진 다른 디지털콘텐츠의 경우에도 대부분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웹툰의 제작 및 유통환경은 당연히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여전히 이글의 서두에서 서술한 전문가들에 의한 웹툰 제작을 크게 바꾸지는 못하지만, 대신 제작 과정의 각 노드(Node)마다 지속적으로 “평판”을 적용하며 만들어 나가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즉, “평판”의 기준과 가치적용의 관점이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처음에 밝힌 것처럼, 전문가들의 “평판”에 의한 기획으로 출발하더라도, 제작과정에서 적용하는 “평판”은 철저히 시장의 반응에 우선하는 “평판”이 되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제작과정에서 시놉시스는 물론 스토리를 바꾸는 것도 예사롭지 않게 생기고, 심지어는 작가나 작품주제 같은 주요요소의 교체 조사 서슴지 않게 되었다.

변화무쌍한 대중의 심리에 적합한 디지털콘텐츠, 대중의 “평판”이라는 요구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콘텐츠가 새롭게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에 각광받는 콘텐츠가 될 것은 자명한 이유이다. 그래서 이에 대응하며, 생명력있고 경쟁력 있으면서 수익성도 있는 디지털콘텐츠의 제작은 더욱 더 재밌고도 힘든 다이나믹한 환경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평판”이 디지털콘텐츠의 생명을 불어 놓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대의 디지털콘텐츠의 제작은 “평판 엔진”을 통한 광범위한 빅데이타의 분석과 기준에 부합하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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