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데이터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시험하다
블록체인, 데이터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시험하다
  • 최규문
  • 승인 2018.06.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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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로 불리는 '암호화폐'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초기에 전 국민적인 이슈로 떠올라 거의 모든 술집에서 최고의 화두가 되었다. 이유는 그 화폐에 투자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올초만 하더라도 거의 '광풍'이라고 할만한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직장인 중 거의 절반 가까이가 평균 200만원 가량의 돈을 투자하고 있다 하니!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은 물론 군인, 퇴직자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미성년자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비트코인 가격에 목을 매는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오죽하면 금융 거래를 감독하는 공무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하니 더 말해서 무엇할까 싶다. 여러가지 규제 도입 목소리가 나오고 실제 암호화폐 구입시 실명 계좌 거래를 의무화하면서 다소 진정 국면에 들어간 느낌이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시세 등락을 놓고 쏟아지는 '환호와 탄식'은 이제 시작일 것으로 보는게 맞을 것이다.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무섭게 성장하고, 삼성페이나 네이버페이 같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결제시장은 신용카드의 지불방법보다 더 널리 보편화될 것이 확실하다. 앞서 예를 든 화천군의 화천사랑상품권 말고도 대전 한밭레츠, 서울 은평e-품앗이 같은 지역화폐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하여 이미 50여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법정 화폐를 대신하여 특정한 지역 내에서 지역주민들이 돈이 없어도 공동체화폐로 사용할 수 있다. 지역자원을 순환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화폐이다.

2009년에 처음 나온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2500만원을 돌파하며 투기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암호화폐는 1200개가 넘고, 이들의 총 시장규모는 2000억 달러를 넘어서 세계 20위권 국가의 통화량에 버금간다고 한다. 기술의 발달로 신용거래가 전산화됨으로써 종이화폐가 불필요해지고 중앙은행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인도는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고액권 사용을 금지하고 중국에선 QR코드 결제 비중이 40%에 달한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지폐 사용을 제한하고 전자화폐 사용을 일반화하는 법을 만드느라 바쁘다. 지문 인식은 보편화되었고 홍채인식, 음성지문 같은 생체인식기술이 결제에 도입되어 현금 없는 사회를 앞당기고 있다.

현금이 필요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종이 지폐와 동전의 사용은 수수료를 내지 않고, 익명성 및 신뢰성 같은 특징을 갖고 있어 소액거래의 중요한 수단으로 전자화폐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대신 돈의 본성이 변할 것이다.  상품이나 금융 거래가 대부분의 이윤을 창출하는 '금융자본주의'에서 정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보자본주의'로 급격히 변해갈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돈 기반 경제가 무너지고 '데이터 기반' 사회가 온다는 것이다. 이는 곧 어떤 사람이 누구라고 입증되는 것, 즉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신용에 관한 정보' 그 자체가 돈(소유)을 대신하는 세상이 온다는 뜻이다. 소유보다 사용 가치가 더 중요해지면서 교환을 매개로 한 돈의 소유적 가치는 떨어지고, 로봇과 인공지능이 생산을 담당하게 되면 인간은 문화적. 예술적, 사회적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면서 물질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게 될 거라는 주장이다.

비트코인은 일종의 '글로벌 전자금융거래 시스템'이고, 적용된 자체 암호화 기술에 의해 중앙 정부나 발행 기관의 통제가 없이 거래가 가능한 '분산 구조'의 전자화폐이다. 전 세계의 이용자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다른 이용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제한된 통화량으로 인해 신규 발행(채굴)에 들어가는 비용이 발생하고, 처리 속도가 떨어져 도리어 높은 수수료가 발생하고 거래소가 등장하면서 '탈중앙화'에 역행하는 등의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세대, 3세대 블록체인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려는 노력들이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향후 비트코인이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고 가치척도·저장 수단으로서 기능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새로운 대안통화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의 광풍과 불안정성은 블록체인 기술이 성장기에 겪는 성장통이라 적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지금은 비트코인의 시세 흐름에 웃고 울 한가한 때가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회 각 분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활성화하고 미래 주력 산업으로 만들 정책을 짜야 한다. 많은 이들이 정부가 아무리 비트코인 거래를 규제하더라도 금융 시장에 암호화폐가 도입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전망한다. 돈세탁이나 탈세, 자본유출, 투기 등 부작용 없이 암호화폐 시장이 돌아가도록 '규칙'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작금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물론이고, 아마존이나 페이스북같은 공룡 기업들도 자체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화폐 개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한 글을 쓰고 더 많은 추천(업보트)을 받아 기여를 하면 그 댓가로 코인을 지급하는 '스팀잇' 같은 서비스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스팀잇 보상 시스템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되는데, 업보트를 누른 회원도 수익을 나눠 받는다. 콘텐츠 생산자에게만 보상이 돌아가면 활동이 저조할 것을 고려한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휴먼스케이프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환자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커뮤니티 내 정보 생산 주체인 환자와 의료 전문가에게 지식 생산물에 대한 보상을 제공한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타타유에프오(tataUFO)'는 암호화폐발행(ICO)을 추진하고 있다. 타타유에프오는 한국인 창업자가 중국에서 내놓은 소셜 메신저로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용자 1100만명을 넘어서 급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페이스북도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 처리 기술 도입을 고심하고 있다. 기존 SNS는 사용자가 제작한 콘텐츠로 기업이 돈을 벌었지만 정작 콘텐츠를 올리는 사용자나 제작자에게는 수익이 배분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드 스콧 스팀잇 창업자는 “제작자에게 광고 없이 콘텐츠 자체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출시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정당한 노동에 대해 기여한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개인들의 이같은 시도는 끊임 없이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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