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화천 산천어축제 성공에 숨은 비밀
지역화폐, 화천 산천어축제 성공에 숨은 비밀
  • 최규문
  • 승인 2018.06.0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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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연속 관광객 100만명 돌파!"

올해도 어김없이 접한 기사의 제목. 38선 이북 산골에서 겨울 한 철에 잠시 열리는 지역 축제에 매년 따라붙는 단골 타이틀이다. 강원도 화천군이 개최하는 '얼음나라 화천산천어축제"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은 '대한민국 1위'를 넘어 '세계 4대 겨울축제'의 하나로 당당히 꼽힌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열리는 전국의 지역축제 수는 750개가 넘는다. 그나마 한 때 1천여 개에 이를 만큼 무분별하게 생기다가 '교통정리'된 수준이다. 하루에 2~3개씩 열리는 셈이지만 이 중에서 로 꾸준히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축제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2018년 1월 17일, 화천군은 개막일(6일) 이래 축제를 찾은 누적 관광객 수가 101만명으로 집계되어 올해도 100만 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지난해 개막 14일째에 100만명을 돌파한 데서 이틀을 앞당긴 기록이다. 거주 인구 2만7천여 명에 불과한 작은 군에, 불과 12일 동안 지역 인구의 37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려든 것이다. "화천은 겨울 한 철 장사로 전 군민이 1년을 먹고 산다"는 말을 그냥 흘려 들을 수 없는 이유이다.
 


이 축제가 처음 시작된 건 2003년이다. 4년만인 2006년에 103만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긴 이래 올해까지 '12년 연속 관광객 100만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화천군 축제의 성공 비결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도대체 어떤 요소들이 추운 겨울 꽁꽁 언 얼음 위로 한국을 넘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걸까? 그리고 축제의 성공을 위해 지역 주민을 하나로 끌어모으는 힘은 또 무엇일까?

우리 일행이 화천을 찾았던 해는 2014년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참가비는 1인당 12,000원 인가였다. 가보니 얼음낚시 행사장 참가비는 실제로는 7천원이었다. 입장권에 5천원 짜리 상품권이 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낚시터 참가비 7천원만 받을 것이지, 왜 5천원이나 더 비싸게 받는가 처음에는 의아스러웠다. 하지만 축제에 참여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 의문은 말끔히 풀렸다. 내 손에는 상품권에 내 돈을 더 얹어서 구입한 지역 특산물 선물이 들려 있었으니까!

화천산천어축제가 성공한 이유는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 대상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이 5천원짜리 지역상품권의 역할이다. 처음에 행사장에 갈 때만 하더라도 이 상품권을 얼음낚시 행사장 안 부대시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 상품권은 화천군 내 음식점은 물론이고 동네 슈퍼마켓이나 숙박업소, 주유소에서까지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지역화폐'였다.

화천군은 축제 입장료의 절반을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주어 군내 지역 안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축제의 메인 행사인 산천어 얼음낚시와 맨손잡기, 밤낚시 등에 참여하는 관광객의 경우 12,000원의 참가료를 내면, 액면가 5,000원의 '농특산물교환권'을 나누어준다. 또 세계얼음썰매 체험존과 눈썰매, 하늘 가르기, 실내얼음조각광장 프로그램도 각각 5000원~2만원의 체험 입장료를 내면 3,000원~1만원 상당의 '화천사랑상품권'을 나누어준다.

이들 상품권은 화천군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그 밖의 지역에서는 소비할 수 없다. 축제로 들어오는 수입이 지역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지역 내 현금 유동성을 크게 늘림으로써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2017년) 축제 기간 동에 유통된 농특산물 교환권은 6억 2500여 만원, 화천사랑상품권은 5억 8,900여 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 지역 상품권 덕분에 산천어축제가 지역경제에 불러 일으키는 직접 경제 유발 효과가 1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단적인 예로 축제 기간 동안 관광객들을 응대하기 위해 직간접으로 고용되는 지역 대학생과 주민들의 수가 2천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역의 제한된 예산과 공무원의 힘만으로 축제 행사를 전국적으로 알리는 것은 무척 힘겨운 일이다. 홍보는 결국 참여자가 입소문을 내주어야 한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자신들의 삶과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참여 동기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축제는 실제 주민들의 삶과는 괴리된 지자체의 전시 행정용 행사에 불과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 성공했다고 하니 우리도 해보자는 식의 즉흥적이고 무분별한 축제의 난립이 실패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하물며, 지역주민끼리, 혹은 민과 관이 상호 이해관계에 얽혀 축제를 놓고 찬반이 갈리고 서로 대립하면 성공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봐야 한다. 결국 색깔 없는 축제, 전혀 차별화 되지 못한 축제로 전락하고, 지역 관계자들끼리 아까운 혈세만 축내는 '집안잔치' 꼴을 벗어 날 수 없게 된다.

화천군 산천어축제의 성공을 통해서 배워야 할 점을 두 가지만 꼽으라면, 먼저 '지역화폐' 역할을 하는 상품권을 통해 지역 주민 전체를 축제의 이해관계자로 만들었다는 점을 들 것이다. 아울러 '대한민국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명 작가의 지명도를 지역 축제 홍보에 보조 축으로 이용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사후 홍보는 참가자의 즐거운 경험과 추억에서 생기는 입소문이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사가 일정 궤도에 올라 자리를 잡기까지 초기 '붐업'은 팬덤을 거느린 인플루언서의 역할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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