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과 기업의 미래] '세어앤캐어'의 '공유기부' 모델은 성공할까?
[CSR과 기업의 미래] '세어앤캐어'의 '공유기부' 모델은 성공할까?
  • 최규문
  • 승인 2018.06.01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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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기업이 내고, 기부자는 캠페인 내용을 SNS로 공유하는 '윈-윈' 모델

얼마 전 일이다. 광화문 약속 때문에 여의도역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때. 면도를 하지 않아 길게 늘어진 허연 수염에 행색이 남루한 노인 한 분이 옆구리를 건드리며 뭐라고 말을 건넨다. 노선을 묻는 건가 싶어 귀에 꽂은 이어폰을 잠시 빼고 얼굴을 쳐다봤더니 들려온 말,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돈 조금만 보태 주세요..."

평소 같았으면 의레껏 안주머니에 손을 넣고 지갑을 찾아 잔돈이 없는지 찾아보았을 것이다. 왠지 모르지만 이 날은 이상하게 거부감이 들면서 맘이 내키지 않았다. 못 본 체 얼굴을 돌려 외면했다. 서울 생활 수십여 년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은 날이 며 칠이나 될까? 걸인과 노숙자들을 수도 없이 보아 왔지만 요즘은 지하철에서 걸인이나 잡상인을 만나는 건 드문 일이다. 자주 일어나는 일도 아니니 굳이 뿌리칠 일도 아니었다. 천 원 짜리 한 장이라도 건네고 올 것을 왜 그랬을까 싶은 마음에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맘이 불편했다.

나의 작은 배려나 마음의 정성으로 원하면 언제든 소액을 기부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내가 내는 돈이 아니라 다른 단체나 기업들이 내는 기부금을 나눠받아 그냥 '내는 행위'만 내가 대신해도 된다면? 무조건 '완전 공짜'도 아니다. 내가 해야 할 몫이 있으니까! 그 몫이란 홈페이지에 올려진 기부 캠페인 글에 [공유하기] 버튼을 눌러 내 페이스북 담벼락에 그 사연을 올려주는 일이다. 실제로 이런 일을 지원하는 '온라인 기부' 사이트가 있다. '세어앤케어(www.sharencare.me)' 란 곳이다.

분명 기부금은 후원을 원하는 기업이나 단체가 낸다. 내가 할 일은 그 후원 취지를 담은 캠페인 포스트를 내 SNS 담벼락에 [공유하기] 하여 친구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어떤 내용의 후원 기부인지 내용을 공유함으로써 친구들에게 캠페인의 취지와 목적을 전할 수 있다.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 역시 나와 같은 방식으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기부금'은 '기업'이 내는데 '기부자'는 '나'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데 잘 살펴보면 그 원리가 이해된다. 포스트를 '공유'하는 '행동' 과정에서 해당 캠페인에 기부 후원을 한 기업이나 단체의 이름을 알게 되고, 공유한 사람은 그런 좋은 일을 하는 조직에 대해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게 된다. 이 과정의 중간에서 그 캠페인의 취지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기부 스토리를 꾸미고 전파를 촉진하는 일이 바로 [세어엔케어]가 하는 역할이다. 이 독특한 기부 서비스의 버튼 이름이 [공유로 기부하기]로 붙어있는 이유이다.

세어앤케어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2018년 4월 중순 현재 이와 같은 공유하기를 통한 기부 행위에 참여한 사람은 50만 명이 넘고, 후원금 누적 총액은 약 30억 원에 달한다. 실제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기부 나눔과 참여 방식이 동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사실 이 서비스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후원 행동(캠페인 포스트 공유하기) 참여를 요청받았지만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들이 있어 소극적이었다. 무릇 후원이란 내가 가진 돈으로 내 통장에서 지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다른 사람(기업)이 낸 돈으로 내 기부금을 대신하는 방식의 기부나 후원은 어딘지 모르게 순수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던 탓이다.

결과적으로 다른 단체나 기업의 브랜드 홍보 역할을 수행한 대가로 받는 일종의 '아르바이트 용역비'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선행으로 포장된 광고 행위'라는 오해나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이 세어앤케어의 본질적인 숙제로 보인다. 기부나 후원은 본질적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함'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따라서 기업이 자신들의 CSR 활동을 '홍보(공유)'해 주거나 물건을 '구매(소비)'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이루어지는 기부는 그러한 순수성을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후원 목표 금액이 100% 이상 달성되는 사례와, 목표 금액에 미달하는 사례를 비교해 보면 이런 우려가 기우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세어앤케어]에서는 [공유기부]와 [착한소비] 탭으로 나뉘어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기부 행동을 할 수 있다. 공익적 목적으로 기업이나 단체가 후원하는 캠페인은 [공유기부] 메뉴에서 제공되는데, 이들 캠페인은 대부분 목표액을 100% 이상 채우고 마감된다. 반면 [착한소비] 메뉴는 특정 업체들이 판매용 물품을 제공하고 판매 가격의 일정 비율(보통 10%)에 해당하는 액수를 후원 행동에 기부하는 방식(조건)으로 운영되는데, 이 경우는 절반 가량이 후원 목표액을 다 못 채운 채 종료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조건 없는 공익성 캠페인과 판매 조건부 기부는 분명히 다르게 인식되는 까닭일 것이다.

공익성 기부나 후원이 갖는 기본 성격상, 판매 이윤의 일부를 '착한' 용도로 기부한다고 해도 사람에 따라서는 '판촉을 위한 홍보' 수단으로 여길 수 있다. 이 경우 참여자의 구매 행동이 쉽게 일어나기 어려운 측면들을 고려해야 한다. 판매 이윤의 사용처가 구매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물건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제품인지 여부가 더 우선일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 [공유기부]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연령이나 성별, 관심사 등에 따라 그들의 필요에 적합한 제품이 나오거나, 다른 쇼핑몰에 비추어 가격 조건이 나쁘지 않다면 굳이 기부금의 사용처나 명분을 강조하지 않아도 판매가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이들에게 제품을 알리는 동시에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부수 효과까지 1석 2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한다면 세어엔케어의 [착한소비] 판매 방식은 적극 참여를 권장해도 좋을 것이다. 제3세계 노동자를 돕기 위한 '공정무역'이나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빈민국의 다른 어린이에게 한 켤레를 선물하는 [탐스슈즈]와 같은 '착한 소비' 운동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소비 행동이 이 세상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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