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과 기업의 미래] 삼성은 과연 뇌물죄로부터 자유로운가?
[CSR과 기업의 미래] 삼성은 과연 뇌물죄로부터 자유로운가?
  • 최규문
  • 승인 2018.05.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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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리더십 요구, 방관하면 평판 리스크 급증

2018년 4월 6일 오후!

재판에 넘겨진 지 꼬박 1년 만에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으로 꼽힌 전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판결이 내려졌다. 무죄냐 유죄냐, 혹은 선고 형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논점이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전 대통령측에 삼성이 제공한 금품이 과연 뇌물로 인정될 것인가 아닌가, 된다면 어느 부분에 대해 얼마까지 인정될 것인가였다.

재판부는 최순실 씨와 공모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 중 72억 9천여 만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반면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800만 원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 원은 제3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과 연관된 뇌물죄는 '일부 유죄, 일부 무죄'가 선고된 셈이다.

다만 유죄가 인정된 대목이 최순실 재판의 1심에서 논란이 되었기에 2심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 지 모른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또한 무죄를 선언한 대목 역시 문제다. 같은 재단에 돈을 낸 롯데와 SK그룹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한 반면 삼성의 부정 청탁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 실제로 "'박근혜 유죄 판결'이라 쓰고 '이재용 무죄 판결'이라고 읽어야 한다"거나, 결국 "삼성이 국가권력 위에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는 세간의 비판이 쏟아졌다.

1심 판결을 보고 삼성은 웃었을 것이라지만,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다. 설마 전임 대통령 둘이 한꺼번에 구속되기야 할까 싶었지만 웬걸, MB는 버티기 싸움을 하다가 결국 구치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범죄 혐의 사실 중 하나가 삼성에겐 새로운 뇌관이다. DAS의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이 대신 납부해 준 것. 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삼성은  '뇌물공여자'로서 올가미에서 벗어나오기 어렵다.

삼성을 둘러싼 논쟁이 사회적 관심과 이목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나라 경제의 큰 부분을 짊어진 우리나라 재벌 기업들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사람들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탓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30대 재벌 기업의 자산 총액을 국내총생산(GDP) 액에 비교해 살펴보면 2012년 104.5%를 기록한 이래 4년 동안 100%대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가총자산과 기업총자산 대비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더 심화되고 있다. 자산 5조 이상 재벌 기업이 국가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5.09%에서 2017년 7.31%로, 기업총자산 대비 8.42%에서 12.04%로 높아졌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국민 경제 전체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최근 GM의 군산 공장 폐쇄 결정으로 인해 촉발된 지역 경제 위기 사태에서 보이듯이, 거대 기업의 사업 전략에 따라 지역 또는 국가의 경제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사태 때 재벌 그룹들의 동반 부실로 인해 국가경제 전체가 일거에 위험에 빠진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재벌 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은 경쟁 제한과 불공정거래, 정경 유착과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우월적 지위 남용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취득한 이윤과 부를 가지고 사적으로 사용하는 게 뭐가 어떠냐는 이들도 없지 않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재벌 독점 체제가 해방 이후 들어선 군사 독재 정권 하에서 극소수 기업인들이 정경 유착과 밀실 거래를 통해 국가 경제 자원을 독차지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란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한강의 기적'은 결코 소수 재벌 기업의 힘만으로 이룩된 게 아니다.

수많은 근로자의 피와 땀, 희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일구어낸 눈물의 결실이다. 그 만큼 경제 발전의 성과를 국민 모두가 골고루 나눠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크다. 그렇지만 IMF 이후 직면한 저성장의 구조화, 소득 양극화의 심화, 청년 실업 일상화 등의 당면한 사회 문제 앞에 재벌이나 대기업이 소극적이거나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득은 독식하고 정작 대기업의 오늘이 있게 해준 공동체 구성원들에 대한 분배와 환원, 사회적 기여에는 인색한 채 총수 일가에게 부를 '대물림' 하는 데만 혈안이라는 비판이다.

삼성의 경영 승계 과정이나 롯데 그룹의 형제간 분쟁 등 재벌가의 상속이나 유산 배분을 둘러싼 다툼에 대해 국민들이 불신하며 꾸짖는 것도 이런 데 근원이 있다. 거창한 '노블리스 오블리제'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기업이 공동체의 노력으로 성장했다면 그 열매 또한 사회에 다시 환원하고 나누는 것이 바람직한 선진 자본주의의 모습일 터이다. 법에 정한 대로 성실하게 상속세를 납부하거나, 사회 공익 재단을 설립하여 취지에 걸맞게 사용할 수 있게 보장한다면 재벌 기업들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한층 너그러워질 것이다. 문제는 그런 기대가 너무 순진한 것이라 비웃게 만드는 현실이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삼성과 권력간의 거래 정황은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된 여러 재판 과정을 통해서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찬성 의견을 낸 국민연금의 결정이 약 6천억원 가까운 주식평가 손해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익을 취하게 한 데 대해 재판부는 1, 2심 모두 혐의를 인정하여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었던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삼성의 사회적 책임 문제는 편법 상속과 세금 면탈에서 그치지 않는다.

DAS 소송비 대납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검찰이 압수수색한 자료 중에서 그동안 삼성이 '노조 파괴'를 위해 자행한 조직적 공작을 담은 자료들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불똥이 옆으로 튀기 시작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 '녹화 사업'을 바탕으로 강행된 것인지 속속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

경영학의 그루로 일컬어지는 필립 코틀러는 자신의 책 [마켓 3.0]에서 "많은 기업이 자선 활동이나 공익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지만 단순히 기업 홍보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일환으로만 사용할 뿐 조직 성장과 차별화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어서 이제는 "기업 역시 훌륭한 '기업 시민(corporate citizen)'이 되어야 하며,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비즈니스 모델 깊숙이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이 다시 한번 거론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오뚜기가 가업 상속을 위해 1500억원의 상속세를 낼 때 삼성 이재용은 단지 16억원밖에 안 냈다"는 이야기가 널리 회자되었다. 국내 1위이자 글로벌 리더 기업임을 자처하는 삼성의 편법 증여와 상속에 얽힌 옹색한 행태가 전 국민을 낯부끄럽게 한 것이다.

삼성에 대한 '사법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명심할 것은 삼성을 둘러싼 재판은 법정에서만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여론 재판'이라는 이름으로 끊임 없이 지속될 것이다. 그 재판에서 이기지 못하는 한 삼성은 비록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정한 '사회적 리더'로 인정받고 존경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삼성이 이럴진대 다른 기업이라고 크게 다를 수 있겠는가! 오늘날 기업들은 '사회적 평판'이라는 저울 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고 매 순간 존재 가치를 평가받고 스스로 되물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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