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나만의 '열성 팬'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도 나만의 '열성 팬'을 만들 수 있을까?
  • 최규문
  • 승인 2018.05.2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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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유발하는 호감의 원리를 찾아라

봄철 프로 야구 시즌이 돌아오면 이제나 저제나 오픈을 기다리며 무척 들떠서 신나 하는 친구들이 있다.  대부분 특정 구단에 팬심을 갖고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는 경우가 많다. 야구 경기를 좋아하더라도 딱히 지지하거나 응원하는 팀이 없는 경우는 그 정도가 약한 게 일반적이다.

왜 사람들은 어떤 팀이나 선수를 좋아하게 되는 걸까?

그리고 좋아하면 왜 더 지지 응원하는 팬심이 강해지는 걸까? 이 원리를 이해하고 잘 활용하면 우리도 나만의 팬을 만들고 키우는 게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첫 권 머리말에 쓰여져 유명해진 한 구절이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강조한 것인데, 이 구절의 원문은 조선 정조 때 문장가인 유한준이 당대 수장가로 유명했던 김광국이 만든 화첩 [석농화원(石農畵苑)]에 부친 발문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 간즉축지이비도축야)


직역하면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면 모으게 되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 란 뜻으로 진정어린 '수집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문장이다. 프로야구 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티셔츠를 구입해서 입고, 좋아하는 선수의 사인볼을 얻으려고 애쓰는 행동이 그림을 사랑하는 이들이 좋은 그림을 찾아 소장하려고 애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원문 글을 보면 사람이 어떤 대상에 대해 관심과 호감을 갖게 되고 수집할 정도의 애장가(열성 팬)가 되기까지 경로를 잘 보여준다. 사랑하는 마음(호감)이 있어야 '참'되게 볼 수 있고 갖고 싶어진다는 것인데, 사랑하는 마음이 '앎'에서 비롯된다는 게 중요하다. 알아야 진짜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녀간의 사이도 비슷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전혀 아니거나 별로였던 사람이 두 번, 세 번 만남을 더해 가는 동안 못 보던(몰랐던) 모습을 보게(알게) 되면서 어느 순간 호감이 생겨나고 결국 사랑하는 감정으로 커지는 사례들이 흔하지 않은가!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구별하기도 어려운 공룡의 이름을 줄줄 외운다.

지인 한 분은 아들이 어려서부터 탱크에 미쳐 있어서 고민이라고 한다. 허구헌 날 탱크만 그리고, 집안에는 온통 탱크 미니어처와 장난감이 넘쳐나고, 세상의 온갖 탱크 모델의 이름을 모르는 게 없을 정도란다. 이와 같이 '좋아하는 마음'은 '아는 것'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그러니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 팬을 만들고 싶다면 그 상대가 나의 진면목을 '알 수 있도록' 먼저 나를 제대로 '알리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 상대가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나 대중이라면, 어느 한 사람에게만 알릴 일이 아니라 일반 대중 전체를 상대로 알려야 한다. 다행히 지금은 '소셜미디어 전성 시대'다. 세상을 향해, 전 세계를 향해 당신을 알릴 수 있는 도구와 플랫폼은 이미 넘쳐난다. 당장 손에 든 스마트폰을 켜고, 페이스북 앱을 열고,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창을 눌러, 아래 쪽에 있는 [방송하기]를 터치하고, 카메라 방향을 셀카 쪽으로 바꾼 뒤 [라이브 방송 시작하기] 버튼을 눌러 보라! 지구촌 20억 명을 시청 대상으로 한 실시간 라이브 생방송이 시작된다.  방송을 마치면 녹화 영상은 바로 SNS에 업로드되어 누구에게라도 공유할 수 있다. 더 무엇이 필요한가!

소통 수단은 이미 널려 있다. 필요한 건 여러분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내용'과 '형식', 바로 콘텐츠다. 누군가의 호감을 얻고 싶거든 그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로 당신의 '참모습'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개인이나 기업이 브랜딩이나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자신을 더 널리 알리고 충성스러운 팬을 얻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다. 잠재 고객들은 우리의 어떤 모습과 행동에 공감하고 감동 받고 호감을 느끼게 될까?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이 상대방에 대해 갖게 되는 호감 요소들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원리만 몇 가지 짚고 넘어가자.

첫째, '유유상종(類類相從)'의 원리를 기억하라.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다.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본래 뜻은 '같은 종류의 사람들끼리 서로 왕래하여 사귄다'는 뜻으로, 비슷한 성격이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기를 좋아하는 인간 사회의 특징을 비유한 말이다. 서로 공통점이나 유사성이 많을수록 서로 호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처음 본 사람일지라도, 알고 보니 고향이 같거나 출신 학교가 같거나, 성씨가 같을 때 왠지 모르게 호감이 생기고 빨리 친해지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이 원리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호감을 얻고 싶다면 상대방이 자신도 공통적이라고 느껴질만한 요소를 찾아 보여주는 게 좋다. 혈연, 지연, 학연이 일치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최소한 '인간적인' 공통점이라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공감'과 '인정'의 원리는 만국 공통이다.

인간이기에 갖는 모든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희로애락'의 표현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사는 곳이 달라도 사람이면 누구나 기쁘면 웃고, 화나면 성내고, 슬프면 울고, 즐거움은 나누려 한다. 나는 재미 있어 웃고 있는데 상대방은 심각하다면 그런 사람에게 호감을 갖기는 쉽지 않다. 즉 어떤 상황이나 상태에 '같은 마음'으로 공감해주는 사람, 지치고 힘들 때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에게 우리는 더 쉽게 정이 가고 호감이 생긴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길 기대하고 인정 받길 원한다. 꼭 칭찬을 원하다는 게 아니다.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 가치관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길 바란다는 뜻이다. 그러니, 얼굴이 못나거나 밉다고 뭐라하지 말고, 성격이 모나다고 탓하지도 말라. 생각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싫어하거나 배척하지 필요도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주면 된다. 그런 아량과 배려심이 있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호감을 느끼는 까닭이다.  

셋째, '주고 받기(Give and Take)'를 잊지 말라.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Give and Take'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를 형성하는 최고의 지름길이다. "오고 가는 현금 속에 싹트는 우정"이란 우스개 말이 있다. 사람들은 무엇이 되었든 서로 주고 받는 관계가 만들어지면 그 관계로부터 좋은 감정을 갖게 마련이다. 명절이나 기념일에 선물을 하는 이유가 뭘까? 오가는 선물 속에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졸지에 어려움에 처한 이웃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손길을 '먼저' 내미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당장은 되받을 게 없더라도 주는 게 신뢰를 얻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특히 댓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줄 수 있다면 최선이다. 언젠가는 되돌려받겠다는 마음으로 주면 보이지 않게 티가 나고 상대는 동물적으로 알아챈다. 그 경우 상대에게 호감을 주기보다는 경계와 의심을 사게 된다. 소셜 게임을 개발할 때 더 많은 참가자를 만들기 위해 꼭 집어넣는 요소가 있다. 집 앞에 '길 잃은 양'처럼 나는 가질 수 없지만 게임에 참여한 다른 사용자에게 선물할 수 있는 값 나가는 아이템이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것이다. 여러분이라면 누구에게 그 아이템을 선물하겠는가? 거꾸로 그 선물을 내가 받았다면 준 사람을 싫어할 수 있겠는가!

넷째, '반복 접촉'은 호감을 일으키는 근원이다.

사람들은 자주 보고 대할수록 호감을 가진다. 사람들이 친숙한 것에 호감을 느끼는 것은 여러 심리학 실험 결과에서도 입증된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새로 나온 신곡 중 어떤 곡은 더 자주 들려주고, 어떤 곡은 덜 들려준 다음 선호도 조사를 해보면 대다수의 경우 자주 들려준 곡을 사람들은 더 좋아한다. 귀에 익고 눈에 익은 것을 친숙하게 느끼고, 친숙함이 호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는 기획사에서 소속 멤버들로 하여금 어떻게든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한 번이라도 더 출연시켜 '노출' 횟수를 늘리려고 애쓰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사람 얼굴도 자주 보면 볼수록 친근감을 느끼고 정이 생기는 까닭이다. SNS로 소통을 자주 하는 사람들일수록 서로 호감이 더 커지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다. 다만 과도한 개입이나 과잉 반응은 스토커처럼 느껴져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지난친 접촉은 유의하라.

사람들의 호감을 일으키고 팬심을 만들어내는 원리와 방법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다만 어떤 원리와 방법을 이용하더라도 꼭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 그건 바로 '진정성'을 잃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진정성이란 거짓으로 꾸미거나 일부러 과장하지 않고 있는 사실 그대로, 느껴지는 마음 그대로 진심을 전하는 것이다.  링컨의 명언 중에서 이와 관련해 꼭 새겨야 할 구절이 있다.

몇몇 사람을 오래, 모든 사람을 잠깐 속일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오래 속이는 건 불가능하다!

"You can fool some of the people all of the time, and all of the people some of the time,
but you cannot fool all of the people all of the time."


결국 호감은 어떤 사람이 보여주는 진정성에서 시작된다. 그 진정성이 오랫 동안 변함 없이 지속될 때 지지자들은 팬심을 갖게 되고, 전체 사회 구성원들의 평판으로 성장한다. 그러므로 잊지 말자. 팬심은 좋은 사회적 평판을 만들어내는 주춧돌이자 가장 든든한 징검다리다. 지금 당신의 팬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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