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은 어떻게 세계를 먹었나?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세계를 먹었나?
  • 최규문
  • 승인 2018.05.2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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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이모티콘, 게임까지... BTS IP 불타 오르네" (서울경제신문 2018.4.4)
"방탄소년단 '페이스 유어셀프' 일본 오리콘 일간차트 1위" (연합뉴스 2018.4.5)
"영업이익률 35%...방탄소년단의 이유있는 기적" (아시아경제TV 2018.4.5)
2018년 봄, 연일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는 방탄소년단에 관한 언론 기사의 제목들이다.

2017년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초청된 K팝 그룹이 하나 있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이 행사에 참석한 20개 공연팀 중 아시아 뮤지션으로는 유일했다. 단숨에 구글 검색어 1위에 올랐고, 트위터에서는 이들과 관련된 트윗이 무려 2000만 개나 올라왔다. '방탄소년단(BTS)'이란 이름이 국내 성인 대중들에게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한 배경이다. 

Boy In Luv(상남자),  DOPE(쩔어), FIRE(불타오르네), 'DNA' 등등... 일반 대중들에게는 꽤나 낯선 곡명들이다. 하지만 이들 곡은 방탄소년단의 대표곡들로 유튜브에 게시된 동영상들의 누적 조회 수는 2018년 4월 현재 2억~3억 회를 넘어선 상태다. 신곡들도 발표되기가 무섭게 하루 이틀 사이에 1~2천만 조회가 일어난다. 일본에서 발표한 세 번째 정규 앨범 '페이스 유어셀프 (FACE YOURSELF)는 출시된 지 하루만에 오리콘 데일리 앨범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이 앨범은 전 세계 49개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수록곡 'Don't Leave Me'는 35개 지역 '톱 송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에서는 10대~20대 중심 팬층을 제외하면 이들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 높은 해외 인기도가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여러 가지 이유가 거론되지만 방탄소년단의 국내 노출이 적었던 것은 메이져 3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출신이 아니었던 탓이라는 설명이 힘을 얻는다. 방송가를 장악한 '이너 써클' 안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란 얘기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이름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다. 들어본 적 있는가? 방탄소년단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이 기획사가 올린 매출은 2017년 한 해만 무려 924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률은 35.17%. 엔터테인먼트 업계 국내 '빅 3'로 불리는 SM(2.98%), YG(7.2%), JYP(19.08%)를 훌쩍 뛰어 넘어 어엿한 '빅4'의 반열에 올라 이름값(Big Hit)을 입증했다. 방시혁 대표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공개(IPO)를 검토 중이라 밝힌 바 있다.

앨범 판매 500만 장, 70개국 아이튠즈 1위, 빌보드 2017 Top Social Artist, 유튜브 누적 조회수 21억 회, 트위터 팔로워 1천만 명 돌파, 타임지 선정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높은 25인... 등등. 2017년 방탄소년단이 올린 놀라운 성과는 전 세계적인 인기와 팬덤 현상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2013년 6월 13일에 데뷔한 대한민국의 7인조 보이그룹. 이름도 잘 모르던 국내 작은 기획사 출신의 K팝 아이돌 그룹이 데뷔한 지 불과 5년도 안 되어 이토록 경이로운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힘은 과연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방탄소년단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그룹 멤버들이 유튜브와 같은 SNS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한 점을 우선 꼽는다. 멤버들이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다른 어떤 그룹보다 많은 콘텐츠를 수시로 제공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THIS IS 방탄DNA]란 이름의 책을 펴낸 김성철 옐로모바일 이사는 SNS만으로 이들의 성공을 논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방탄소년단의 콘텐츠와 소셜 파워의 비밀’을 주제로한 강연을 통해 BTS의 성공 비결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로, '업의 본질에 대한 파악'이다.

그동안 K팝 아이돌을 평가하는 기준은 대개 가창력과 댄스 퍼포먼스, 외모, 무대 소화 능력 등이었다.  기획사들도 이같이 눈에 보이는 부분들을 우선시하고  작사·작곡, 프로듀싱 능력을 부가적으로 키우는 전략을 써왔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팀 내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이 가능한 멤버를 우선 확보하고 나중에 보컬, 랩, 퍼포먼스가 가능한 팀원들을 추가했다. 덕분에 다른 유명 작곡가나 작사가가 던져주는 음악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감성을 담은 음악을 스스로 만들 수 있었고 이것이 팬들의 공감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방탄'은 총알을 막아낸다는 뜻이다. 10대~20대들이 사회로부터 편견과 억압을 받는 것을 막아내고 당당히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팬들은 해석한다. 멤버들은 그룹 이름에 걸맞는 곡과 가사, 랩으로 젊은 층의 공감을 자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로, '고정관념을 탈피한 콘텐츠'다.

"아 이건 정말로 정말로 한국 버전으로 나와야 해요 ㅜㅜㅜㅜ 내가 내가수 노래를 번역해서 볼 날이 올줄은 몰랐다...ㅋㅋㅋㅋ 하여간 다음 앨범에 이 노래 한국 버전으로 넣어 주세요 피디님........ㅜㅜ"

일본어로 먼저 발표된 노래에 한글 자막을 넣은 유튜브 영상 아래에 올라온 한 팬의 호소 댓글이다. 유튜브에서 BTS 영상을 뒤지다보면 해외 팬들이 방탄소년단의 공연 영상을 보면서 한글 가사를 열심히 따라부르는 모습을 담은 '리액션 비디오'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해답은 유튜브에 있다. 방탄소년단이 신곡을 내면 팬들이 가사를 해석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맨 윗줄은 한글, 두번째 줄은 로마자 독음, 세번째 줄은 영어로 번역한 자막을 더해서.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이런 콘텐츠가 퍼지기 때문에 해외 팬들도 우리말로 된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동안 국내 그룹이 세계로 진출하려면 어떤 형식이든 영어 버전을 만들어서 해외 시장을 노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관성을 깨버린 것이다.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해도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변방의 '사투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 억양과 발음으로 본토 가수들과 상대하려는 생각과 시도를 과감하게 버림으로써 오히려 세계적으로 팬층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낸 것이다.

팬들은 왜 잘 알지도 못하는 한글 가사를 번역하고 따라 부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걸까? 거기에는 방탄소년단의 독특한 콘텐츠 철학이 몇 가지 깔려 있다. 이들은 다른 아이돌 그룹과 달리 '얼핏 봐서는 돈이 안 되는 일'을 한다. 예를 들면 '믹스테입' 무료 배포 같은 것이다. 방탄소년단에는 RM, SUGA, 제이홉 세 명의 래퍼가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작업한 랩을 믹스테입이라는 독립 앨범 형태로 만들어 그냥 배포한다.

또한 BTS 공식블로그(http://btsblog.ibighit.com)에 접속하면 멤버들이 부른 커버 버전 음원 역시 모두 Soundcloud를 통해 공개되어 있다. SNS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고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다. 활동을 쉬는 기간 중에도 멤버들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일상 활동 모습을 담은 영상 콘텐츠를 수시로 올린다. 팬들이 이들을 '혜자소년단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의미의 신조어 '혜자스럽다'에서 비롯된 표현)'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도 이런 '덤 서비스' 덕분이다.

셋째로, '공감과 신뢰의 소통방식'이 잘 녹아있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SNS 활용은 익히 알려져있다. 그러나 단지 소셜미디어를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팬층의 공감을 일으킬 줄 안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 얼마 전에 있었던 '소고기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발단은 지난 2014년 음반 발매 기념 팬 사인회에서 멤버 SUGA가 "2018년 3월 9일에 돈 많이 벌어서 팬들에게 소고기를 사주겠다"는 메시지 하나를 남긴 데서 비롯되었다.

방탄소년단은 실제로 '그날이 오자' 전국 보육시설 39곳에 자신들의 싸인 CD와 함께 1등급 한우불고기를 10킬로그램씩 보내서 4년 전에 올린 약속을 지켰다. 감동한 보육원 관계자들이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화제가 됐고, 언론에서 재차 다루면서 더 크게 알려졌다. 2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을 거라는데, 그만큼의 돈을 언론 마케팅에 썼다면 결코 얻기 힘든 결과란 게 김성철 이사의 설명이다.

스타는 팬을 기반으로 존재한다. 기존의 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철저한 기획 속에서 길러지고, 팬과의 관계 또한 매스미디어 노출 기회 확대를 통해 인기를 얻는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팬은 '지갑을 털리는 대상'으로 취급된 셈이다. 반면에 방탄소년단은 SNS를 통해 팬들과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기존 그룹과 차별성이 크다는 얘기이다. 세계적으로 형성된 팬층의 신뢰와 교감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기에 BTS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이자 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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