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없이는 스타도 없다, 슈퍼스타K와 워너원의 성공 비결
팬 없이는 스타도 없다, 슈퍼스타K와 워너원의 성공 비결
  • 최규문
  • 승인 2018.05.2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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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투표를 통한 팬덤 조직화, 스타 제조 마케팅의 승리

13년! 강산이 바뀌고도 남을 시간을 이어온 M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얼마 전에 막을 내렸다.

진행을 맡았던 국민 MC 유재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세간의 평에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고정 출연진들이 있었으니 인기와 성공의 원인을 진행자 한 사람의 몫으로만 돌리는 건 온당치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떤 프로젝트든 빛나는 주인공이 있으면 숨은 공로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은 매주 거의 유사한 형식으로 장소나 수행 미션만 바뀌어 반복된다.

극적인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볼거리도 없다. 그런데도 오래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이 뭘까? 짐작컨대 스타라고 불리는 사람들 역시 우리와 다름 없이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하고, 생활 속 사소한 일상에 울고 웃는 존재라는 점을 꾸밈 없이 비교적 담담하게 관찰자 시점에서 보여주는 데서 오는 친근성과 공감대 때문이 아닐까싶다.

이동국과 아이들, 송일국과 삼둥이, 추성훈과 사랑이 같이 철 모르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아이들이 성장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른이 되어도 누구에게나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함과 장난기가 있다. 또 사는 동안 시도해보지 못한 무언가에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은 소박한 꿈들이 있다. 아마도 그런 까닭이리라. 평소 해보지 못한 미션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는 대리 충족일망정 자기가 해낸 것처럼 좋아한다.

무한도전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
무한도전 프로그램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

[1박 2일]이나 [전국노래자랑] 같은 프로그램도 다르지 않다. 해외 여행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늘 빠듯한 직장 생활과 하루 생업에 치여 살다보면 해외는커녕 우리나라 여행지조차도 다 가보기 어려운 게 우리네 현실이다. 팍팍한 서민들의 삶에 잠시나마 고향집 이웃이나 벗들을 만난 듯한 편안한 모습을 통해 위로와 웃음을 전하는 힐링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장수 프로그램에는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친근성과 편안함, 억지로 연출하거나 꾸미지 않는 솔직함이나 진정성 등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음을 볼 수 있다. 쇼가 아닌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사는 화려한 스타가 아니라 세수 안한 민낯을 공개하고, 뻘밭 진흙 속에서 함께 뒹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옆집 사는 아줌마 아저씨 같은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공감을 느끼고 즐거워하며 휴식을 얻는다.
 
한편 '무한 경쟁'을 통해 최후의 1인을 승자로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 또한 식지 않는다.

원조는 '슈스케'라는 애칭을 낳았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의 대명사 [슈퍼스타K]다. 1억원의 상금과 음반 발매, 최고 무대 데뷔 기회를 최후의 우승자 1인에게 몰아주는 파격적인 포상을 제시하며 음악 전문채널 Mnet이 내놓은 프로그램이다. 2009년에 시작해 2015년 시즌7에 이른 뒤 이름과 형식을 바꾸어 '슈퍼스타K 2016'까지 8년간 명맥을 유지했으나 2017년 이래 후속 시즌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정화된 프로그램 형식에 인기가 시들해질 무렵, 아마추어 대신 최고의 가창력을 갖춘 정상급 가수들의 경연으로 시작된 MBC [나는가수다]와 빅3로 불리는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을 동원해 도전장을 낸 SBS [K팝스타]의 반격이 결정타였다.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팬텀씽어, 히든씽어, 판타스틱듀오 등등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프로 가수와 아마추어를 결합하고 출연진끼리 뒤섞어 새 팀을 짜는 등 경연 형식만 바뀔 뿐, 게임 라운드를 더해가면서 최종 승자만이 살아남는 '서바이벌' 경쟁 방식을 택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1박 2일 같이 '친근한 공감'을 찾는가하면 최후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두 개의 상반된 인기코드가 공존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형식에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드러내 보이는 양면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편으론 끊임 없는 생존 경쟁 속에 위로가 되어줄 친구나 벗을 갈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이겨서 살아 남으려는 본능이 공존한다.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따로 떼어낼 수 없는 모순된 두 요구가 이들 프로그램의 저변에 깔려 있는 공통 코드인 것이다.

슈퍼스타K의 부진을 씻고자 엠넷이 새롭게 내놓은 프로가 있다. 서바이벌 요소가 극에 달했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이다. 2016년 1월부터 4월에 걸쳐 첫  방영되었는데 국내외 50여 개 기획사에 소속된 여자연습생 101명이 출연하여 서로 경쟁하여 끝까지 살아남은 11명이 걸그룹으로 데뷔한다는 기획이었다. 특이한 건 100% 시청자 투표를 통해 최종 11명을 선발하는 방식을 택한 점이다.

시청자나 방청객을 투표에 참여시키는 평가 방식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거의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에 감초처럼 끼어 있다. 심사위원간 기호의 차이에 따라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데서 오는 편파 논란을 예방할 수 있고, 몇몇 심사위원의 판단에 결정을 맡길 때 흔히 제기되는 '주최측의 짜고 치기'라는 시비를 막을 수 있는 까닭이다. 다만 100% 시청자 투표에 맡기게 되면 실력보다 인기도를 측정하게 된다는 비판이 따른다.

장단점이 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방청객이나 시청자들의 평가 참여 폭은 점점 더 넓어지는 추세이다.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함께 사용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실시간 시청자 투표'는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발하는 동시에 시청률을 높이는 1석 2조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방송 소비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반증이자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권리가 커졌다는 뜻이니까. 다만 권리에는 책임도 따른다.

[프로듀스 101]의 성공에 힘 입어 '시즌2'가 기획되었고 11인조 보이그룹이 새로 등장했다.
'워너원(Wanna One)'의 탄생이다!


2017년 6월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한 남자 연습생 중 득표수 기준 상위 11명을 선발해 결성되었다. 2017년 8월에 데뷔하여, 2018년 12월 31일을 그룹 해체일로 결정해놓고 활동하는 '시한부' 프로젝트 그룹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2]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높은 대중성과 사전 팬덤을 확보한 채 국내 최초로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공연을 시작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데뷔와 동시에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역대 아이돌 데뷔 앨범 초동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음악 방송 15관왕에 오르는 등 보이그룹 신기록을 속속 갈아 치우고 지금까지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룹명 Wanna One은 ‘프로듀스 101’의 제목 ‘101(원오원)’의 발음에서 따온 것으로, 로고를 살펴보면 선명한 세로선 11개가 연속해서 이어진다. ‘wanna one’은 '모두가 하나가 된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작명 의도와 달리 영문법상 'wanna one'이나 'want a one'은 전부 틀린 표현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룹 고유명일 뿐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 대세로, 워너원 멤버들의 인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수퍼스타K와 워너원(프로듀스 101)의 성공을 통해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스타가 길러지는 동시에 팬들이 조직된다"는 것이다. 이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두 가지의 목적을 지닌 매우 영리한 프로젝트다. 시청자에게 참여와 지지 투표를 보낼 수 있는 장치를 프로그램 안에 미리 심어두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의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각각의 출연자에 대한 팬덤을 방송 중에 미리 만들어가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지지하는 후보 참가자가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생존하여 상위로 올라갈 때마다 팬덤들은 스스로 '공동운명체'의 '일원'이라는 일체감 속에서 충성도는 더욱 커지고 깊어진다. 전체 게임이 끝날 때쯤에는 생존 맴버들을 지지하는 각각의 팬덤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스타와 팬덤 조직화를 동시에 끝내 버린다. 이들 팬덤의 조직력과 세몰이를 통해 데뷔 앨범이나 신규 음반이 나오면 일거에 음원 차트를 휩쓸고 초동 앨범 판매 시장을 쓸어버리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고도로 기획된 '스타 제조 마케팅' 전략이다.

질문이 따른다. 그러면 이들 인기 아이돌의 팬덤으로 참여하는 이들은 잘 기획된 프로젝트의 희생물이거나 부산물일 뿐일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팬들은 이미 프로그램의 라운드 경연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 후보군을 생존자로 선택하는 투표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그 후보를 스타로 키우는 주체의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팬덤 조직의 대상으로 '이용 당하는' 것이 곧 자신이 참여하고 '즐거움을 누리는' 방법인 셈이다.

스타는 팬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 스타를 만든 주인이 바로 나라면, 팬으로서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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