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과 "비호감"의 경계에 선 사람들
"호감"과 "비호감"의 경계에 선 사람들
  • 최규문
  • 승인 2018.05.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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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평판의 뿌리로서 신뢰감을 키우는 기본 전제 요소들과, 신뢰감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호감을 이루는 요소들을 나름대로 짚어 보았다. 그렇다면 작금 소셜미디어 시대를 맞아 평판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말할 때 왜 호감도에서 출발해야 하는 걸까?

대한항공의 김현아, 쇼트 트랙의 김보름, 평소에 재벌가 인맥이나 스포츠에 깊이 빠져서 선수들 면면을 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런 사건이 터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까지는 도대체 그런 사람이나 그런 선수가 있는지조차 대중들은 몰랐을 것이다. 즉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호 불호의 감정이나 판단이 거의 없이 중립적이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판단의 근거나 정보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고은, 이윤택, 조민기, 오달수, 박재동 같은 유명 인사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개인 사생활을 가까운 데서 보지 않았던 대중들 입장에서는 좋은 감정, 이른바 호감을 많이 갖는 게 일반적이었다, 문학인이나 예술인이라는 점, 방송이나 드라마 프로그램에 나와 비교적 인간적이고 가정적인 모습으로 비쳐진 점에서 그들의 개인 사생활을 들추어서 굳이 비호감으로 여겨야 할 이유는 거의 없었다.


전자는 호감과 비호감의 중립 지대에서 굳이 표현하자면 '무호감'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사건을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이들에 대한 첫 인상이 곧장 비호감으로 꽂혀버린 셈이다. 그에 비해 후자는 평소 갖고 있던 좋은 감정이 한 순간에 '비호감'을 넘어 '충격'과 '배신감'으로 증폭된 경우라 할 것이다.

개인의 이미지를 상품으로 팔아 살아야 하는 연예인들, 그 중에서도 특히 '비호감' 문제로 고민을 심하게 하는 건 다름 아닌 개그맨들이다. 타인을 웃게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게 업인 이들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못 생기고, 더 무식해뵈고, 더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야만 역설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스트레스 해소'라는 효과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개그맨인들 다른 사람들보다 추해 보이고 못 생긴 것을 좋아할 것인가, 어느 연기자인들 자신이 형편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이나 친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수 있을 것인가. 따라서 '비호감'을 캐릭터로 삼아야 하는 개그맨들이나 연기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역할에서 오는 정체성 혼란이나 스트레스가 훨씬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그만큼 멘탈 파워와 평정심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언니 개그맨 아이돌 그룹" [셀럽파이브]의 성공은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보인다.  그저 그런 개그맨 부류로, 무대에서 반짝 인기를 얻다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를 처지였다. 그럼에도 새로운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함으로써 숨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힘 넘치는 댄스와 절도 있는 동작으로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했고, 보답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와 박수로 돌아왔다.

셀럽파이브 사례는 자칫 비호감이나 반짝 인기에서 끝났을 지도 모를 멤버들의 캐릭터를 호감으로 전환시켜 낸 멋지고 극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호감이나 취향은 얼핏 개인적인 기질이나 주관적 기호, 성향에 따라 형성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취향조차도 인류가 오랜 동안 사회적 관계를 맺고 집단 생활을 영위하면서 쌓고 습득한 사회적 학습 내용이 대대로 유전되면서 형성된 진화적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미투 운동의 여러 장면에 대해 우리들 각자가 느끼는 미묘한 감정이나 호불호를 표시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신분과 계급이 엄격히 나뉘어있던 봉건왕조로부터 내려온 가부장제 의식과 관행 속에서 성에 관한  관행에 비추어, 과거에는 문제삼지 않았던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현재의 도덕 기준으로 문제를 삼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들도 있고, 내심 그런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도 아주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훨씬 더 많은 다수는 설사 과거에는 그러한 행동들이 용인되었더라도 작금의 가치 기준이나 법, 도덕에 비추어 마땅히 처벌하고 단죄해야 한다고 여기고 호응한다. 따라서 그릇된 행동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변명과 자기 방어에 급급한 모습에 대해서는 결코 '좋은 감정'으로서 호감을 표명하지 않는다. 이것은 사회의 도덕 기준과 의식의 변천에 따라서 특정한 대상이나 사람, 특정한 행동들에 대한 호불호 감정 또한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호감은 유전적으로 고정되어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 그에 따라 가치 기준이나 개인별 감정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대상이나 사람을 수용함으로써 나의 유익함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되거나, 기대가 충족될 수 있다고 뇌가 긍정적으로 판단하면 그 대상이나 사람에 대해 거부하는 대신 더 알아가면서 쓰임새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친구 관계망을 두텁게 형성하고 선한 영향력을 더 널리 발휘하고자 한다면, 자기 자신의 호감도를 가꾸고 키우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을 하나의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야 하는 스타 지망생이나 정치인들에게 호감도를 높이는 일은 사활이 걸린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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