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의 뿌리, 호감이란 무엇인가
평판의 뿌리, 호감이란 무엇인가
  • 최규문
  • 승인 2018.05.2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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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이 생활 곳곳에서 "평판"에 의해 매일 평가받고, 리뷰와 후기에 의해 가게의 흥망이 달라지고, 브랜드 평판이 한 기업을 살릴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여러 사례로 확인했다. 이번에는 평판을 이루는 요소들은 무엇이고,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움직이는지를 추적해보자. 평판의 근간인 "신뢰"는 어떻게 쌓이며, 신뢰의 뿌리는 어디서부터 싹트는가?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를 한 번 가정해보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는 셋 중 하나다. 내가 먼저 찾아내서 만나길 요청하든가 아니면 거꾸로 상대방이 나를 찾아서 만나길 요청해오는 것. 이 경우 시작하는 지점과 방향만 다를 뿐 두 사람이 만나기까지 프로세스는 동일하다. 그럼 나머지 하나는 뭘까? 나와 상대방을 '함께 아는 친구' 가 서로를 소개하여 만남을 주선해주는 경우다. 실상 상대방이 찾아와서 만나게 되는 경우라도 알고 보면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누군가의 소개로 인사를 해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중간에서 다리를 놔준 사람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기대가 크게 좌우된다.  "어떻게 나를 알게 되었느냐?" 혹은 "누가 나를 소개했느냐?"고 묻는 이유는 소개한 사람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신뢰나 믿음의 정도에 따라 상대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검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평소 모르던 사람과 친구 관계를 맺는 과정도 이와 흡사하다. 먼저 누군가 내가 올린 글이나 사진, 동영상에 공감을 느끼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댓글이나 메시지로 반응을 남긴다. 그 사람과 친구 관계를 맺고 더 깊은 교류를 하고 싶을 때 우리는 상대가 남긴 게시물들을 살펴보는 동시에 그 사람과 내가 "함께 아는 친구의 목록을 확인하게 된다.

옛말에 이르기를,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거든 그 사람의 친구들을 살펴보라 했다. 즉 그 사람이 맺고 있는 친구 관계가 어떤지를 알면 그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성품의 소유자일지 익히 짐작할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함께 아는 친구] 목록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가?

만약 그 면면들이 믿을 만하고 신뢰가 깊은 사람들이라면 나는 그 사람의 친구 신청 요청을 큰 부담이나 경계심 없이 허락하게 된다. 반대로 함께 아는 사람이 거의 없거나 있다 해도 평소 믿음이나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태도나 의도에 대해서 유보적으로 살펴보게 마련이다. 어떤 꿍꿍이로 친구 관계를 맺자고 하는지 의심하면서 탐색전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중간 소개자에 대한 신뢰가 평소 충분했다면 고민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다. 문제는 평소 믿음이 없거나, 혹은 긴가민가 싶었던 경우다. 바로 첫 인상부터 문제가 된다. "호감'인가 "비호감"인가, 혹은 호감이 느껴진다면 어느 정도인가부터 따지게 된다. 사람 사이의 믿음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신뢰는 비교적 오랜 기간 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고 일관성과 성실함에 대한 증거가 쌓여야만 비로소 생기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대해 신뢰나 확고한 믿음이 생기려면 몇 가지 기본 전제 요건이 필요하다.

성실과  정직, 그리고 꾸준함이다.

성실이란 말과 행동이 일관되어야 함을 말하고, 정직은 거짓을 꾸미거나 속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꾸준함은 한 순간 반짝 보여주는 언행이 아니라 짧게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에 걸쳐 변함없이 이런 태도와 자세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어떤 사람을 얼마나 진지하고 깊게 사귀고 믿음을 줄 수 있을지를 가르는 핵심 지표인 셈이다.
그에 비해 '호감'은 이런 요소들이 충분치 않더라도, 혹은 그런 판단이 쌓일 만큼 살필 시간이 부족한 경우라도 생길 수 있다. 특히 많은 행동심리학 연구 자료들을 살펴보면 어떤 사람에 대해 첫 인상을 결정하는 데는 6초 정도면 충분하다고들 한다. 심지어는 누군가에 대해 호불호를 결정하는 것은 불과 0.3초도 걸리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도대체 그 사람에 대해 뭘 안다고, 그렇게 빨리 좋다 싫다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걸까? 인간의 어떤 본능적 감이나 촉이 이런 '호불호' 감정을 갖도록 하는 것일까?

호감은 특정한 대상이나 사물, 사람에 대해 갖는 '좋은 감정'을 뜻한다. 소극적으로 보자면 '좋아하는 감정'이지만, 적극적으로 보면 '상대의 이해와 지지, 참여를 끌어내는 힘'이라는 점에서 '매력 자본'의 성격을 갖는다. 다시 말해 호감은 '상대방에게 좋은 느낌을 일으켜 대상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나 태도를 갖게 하는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어떤 존재에 대해 신뢰감을 갖게 되는 건 그 존재에 대해 호감을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 어떤 경우에 호감을 갖게 되는 걸까? 호감을 이루는 요소들을 우선 살펴보자.

첫째는 얼마나 나와 비슷한가, 즉 유사성 및 관련성 정도. 사람은 나와 공통적인 요소가 많고 연관성이 깊을수록 상대에게 호감을 느낀다. 동족, 동향, 동문, 동기들과 유대 관계나 모임이 가장 오래도록 유지되고 존속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겠는가? 물론 같은 가족, 같은 고향, 같은 학교라도 수많은 다른 요소들에 의해 비호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유사성이 높을수록 사람들은 상대에게 호감을 갖는 게 일반적이다.

둘째는 진정성 여부다. 진실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얘기로 신뢰를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돈이나 지위 같은 것이 필요해서 거짓으로 꾸며 인간 관계를 맺을 수 있겠지만 사귀는 동안 말과 행동을 통해 본심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진정성 여부에 따라 첫인상은 호감이었으나 어느 순간 비호감으로 바뀌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셋째는 상호 보상성이다. 상대가 호의를 표시하는데 굳이 싫어할 이유가 없다. 사람은 남에게 빚을 지면 그것을 갚아야 마음이 편해진다. 또한 인간의 행위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해가 되는지 이익이 되는지 이해관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보상적 성격을 갖는다. 때문에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나 또한 좋아하게 되고, 나에게 이익이나 도움이 될 것같은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외에도 호감은 개인의 취향과 성격, 기호 등 다양한 심리적 요소들에 의해 영향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이나 카리스마에 의해서 호감이 좌우될 수 있고, 친절한 행동이나 따듯한 배려, 이타성과 같이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나 공감 능력에서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호감은 타고난 개인적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똑같은 호감 요소들에 대해서 어떤 이는 호감을 느끼는 데 반해 어떤 이는 비호감을 느끼는 이유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에 따르면 취향이나 호감 또한 학습이나 사회적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고 길러질 수 있는 후천적인 성질을 갖는다고 한다. 처음엔 별 호감이 없었음에도 여러 가지 의식적인 행동이나 실천을 통해 '없던 호감'이 생겨나거나, 심지어는 '비호감이 호감으로' 바뀌는 많은 사례들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분의 변화나 호불호 감정을 느끼는 것은 뇌의 작용에 따른 생리적 현상일 수 있다. 뇌의 작용은 대체로 호르몬 분비에 따른 화학적 전기적 신경 신호 전달 동작 체계로 설명된다. 그 점에서 뇌과학이나 생리학을 통해 그 작동 원리와 구조가 훨씬 정교하게 설명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호감은 생리학이나 생체조직학, 뇌과학의 메카니즘을 알자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호감이 있거나 없을 때, 우리의 사회적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되는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떤 갈등이나 협력, 길항 작용이 일어나게 되는지를 커뮤니케이션과 신뢰, 사회적 평판의 관점에서 좀 더 깊이 있게 탐구해보려는 것이다. 

실제로 개인이나 기업이 자신의 캐릭터를 상품으로 간주하게 될 경우 다수 대중으로부터 호감이나 호의를 얻어낼 수 있어야 기업 활동에 대한 지지와 참여, 나아가 구매 행동 등을 촉진할 수 있게 된다. 호감은 타인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 태도나 행동을 취하도록 이끄는 힘, 즉 '매력의 원천'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호감을 일으킬 수 있다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신의 활동에 대해 타인들의 지지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지니는 셈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내 맘대로 조종할 수 있는 드라마의 '히어로'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은 바람이 누구에겐들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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