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익 평판칼럼 - 담담(淡淡)하고 담담(潭潭)한 배우, 이준호
홍신익 평판칼럼 - 담담(淡淡)하고 담담(潭潭)한 배우, 이준호
  • 홍신익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 승인 2019.03.19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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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연기엔 극히 호불호가 갈린다. 물론 연기자로 처음 시작했다고 해서 모두 출중한 건 아니지만 물꼬부터가 달랐던 아이돌에게서 몰입감 있는 연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것이었다. 가수와 배우엔 뚜렷한 분야가 존재하는 탓에 밥그릇 싸움이 되기 십상이었고, 현저하게 낮아진 림보 아래를 지나는 것처럼 그 속에서 인정받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온전한 나의 진짜 모습이 아닌 짜여진 각본처럼 최상의 모습과 최선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 하나의 작품(앨범)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야 한다는 것 등은 아이돌과 배우의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을 채우는 요소들은 전혀 다르다. 아이돌은 젊음, 춤 실력, 비주얼 등 바로 앞에서 팬들이 환호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반면 배우는 그와 정반대다.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는 게 연기이고, 소모적이지 않아야 한다. 묵묵히, 나를 가리고 캐릭터로서 몰두해있는 상태가 필요한 것이다.

 

홍신익 브랜드평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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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는 2008년 JYP 보이그룹 '2PM'으로 데뷔했다. 당시 독보적인 아크로바틱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으며 '짐승돌'이라고 불렸던 2PM은 데뷔곡 '10점 만점에 10점'을 시작으로 'Heartbeat', 'Again & Again', '니가 밉다'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가수로서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이준호는 공포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카메오 출연을 시작으로 연기에 발을 들였다. 단번에 큰 자리를 거머쥐지 않고 작품의 한 부분이 되어 내공을 쌓아갔다. 어설픈 점은 분명 있었지만 <감시자들>의 다람쥐, <스물>의 동우 등을 통해 꽤나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tvN 드라마 <기억>과 KBS2 <김과장>,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지나는 동안 그에겐 큰 변화가 있었다. 연기를 위한 연기가 아닌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부진했던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내게 여운이 깊게 남았던 드라마다. 이준호의 순해 보이는 인상 이면에는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 악역을 맡아도 극으로 치닫기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이 내재 돼 있어 밉지 않고 지적이면서도 진중함이 담긴 목소리엔 설득력이 있다. 담담한 듯 과하지 않게 표현하는 법을 아는 것 같다.

아이돌에겐 분명 수명이 존재한다. 그 시효가 끝나갈 때 음악적 성장을 통해 가수로서 자연스러운 변화를 추구할지, 다른 길에 뛰어들어 봐야 할지 고민하는 시점은 어떤 아이돌에게든 온다. 이준호 역시 과거 그런 기로에 섰고, 지금은 가수와 배우 두 길에서 조화로이 어울리는 중이다.

이준호는 오는 23일 첫 방송 되는 tvN 새 드라마 <자백>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일사부재리(어떤 사건에 대해 판결이 확정되면 다시 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형사상 원칙)라는 법의 테두리에 가려진 진실을 좇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장르물의 대가인 배우 유재명과 호흡을 맞춘 이준호. 현재까지 공개된 티저영상 만으로도 그가 최도현으로 극 중에서 기춘호(유재명 분)와 대립 혹은 공조하며 풀어갈 이야기들에 충분히 마음이 동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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